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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이몽] 명절, 누구를 위한 기념일인가?
[311호] 2018년 09월 18일 (화) 23:50:59 최아현(국어국문·2) 학생 cuknews@catholic.ac.kr

나는 명절마다 친가에 내려간다. 친가에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때우다 친척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잠시 그들과 수다를 떨다가 다시 들어와 시간을 때운다. 밥 먹을 때 말고는 친척들이랑 이야기할 일도 없다. 거북스러워서도 있지만 강원도에 있던 친가가 성남으로 올라오고 나서부터 명절 때 하루를 묵는 가족은 우리뿐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척들은 연휴 3일 중 반나절 정도만 있다가 돌아갔으니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과거에는 2주에 한 번씩 친가를 방문하다보니 명절이 특별한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소 친가의 풍경과 명절 풍경은 몇 가지가 사뭇 달랐다. 그중 단연 눈에 띄었던 건 평소보다 훨씬 분주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명절 즈음이 되면 여러 가지 식재료를 샀다. 잡채를 버무리고 새우와 오징어에 빵가루를 입혀 튀겼다. 친가에 도착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설거지를 번갈아 하거나 간단한 반찬을 나르는 일을 함께 했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역할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주무시는 저녁이면 부엌 쪽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음식은 전부 맛있었지만 부엌에서 뒤늦게 나와 상 모서리에서 밥을 먹는 어머니를 보는 건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했다.

친척들의 여러 말들도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매번, 누가 어느 학교에 갔느니, 누구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오르락내리락했고 누구는 살을 빼면 예쁠 것 같은데 살을 안 뺀다느니 하는 외모 품평들도 이어졌다. TV에서는 ‘명절에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 TOP10’같은 것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친척들의 말은 궁금과 참견의 경계를 오갔다. 거북하다보니 친척들과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자연 줄어들었다.

나의 명절은 지루하지만 그보다 불편해졌다. 비단 나의 경험만은 아닐 것 같았다. 그렇다면 명절이 과거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고향’을 내려간다는 것이 명절을 지내는 이유라기엔 고향을 벗어나 가까운 도시로 이사하신 분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 삶을 나누는 게 이유라기엔 그들과 나누는 대화의 깊이가 너무 얕았다. 명절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모두를 위한다고 하기에는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제사음식, 명절음식을 꼭두새벽까지 만드셨던 어머니를 위한 것도, 친척들의 말을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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