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로그] 비건(vegan)은 처음이라
[저널로그] 비건(vegan)은 처음이라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8.10.31 16:19
  • 호수 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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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비건 식단. 순두부 야채비빔밥, 유부 장국, 고구마 맛탕, 브로콜리 애기 새송이 볶음, 오이지무침이다.

지난 26일 금요일은 ‘캣홀릭’에서 진행하는 ‘동물해방의 날’이었다. 이는 곧 금요일 공강이자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기자에게 취재를 의미한다. 오후 12시 비건(vegan) 식사 체험을 위해 주섬주섬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오후 1시 10분 김수환추기경국제관(IH) 기숙사 식당에 들어섰다. 아라마크와 동아리 ‘캣홀릭’이 내세운 비건 식단은 ‘비건 채식’이다. 페이스북 ‘가톨릭대 고양이들’ 페이지와 학생식당 알림에 공지된 식단은 순두부 야채비빔밥, 유부 장국, 고구마 맛탕, 브로콜리 애기 새송이 볶음, 오이지무침이었다. 유제품을 허용하는 락토 채식, 달걀만 섭취하는 오보 채식, 유제품과 달걀 모두 섭취하는 락토 오보 채식과는 다른, 완전한 채식이었다.

식권 기계 옆에 전시되어 있는 음식에는 ‘캣홀릭과 함께하는 10월 비건 메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B세트였던 비건 식단은 스페셜 메뉴로 지정됐다. 이 메뉴는 4,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주변 밥집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이뤘다. 그렇지만 주변 가게들과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자는 주저 않고 식권을 뽑았다.

뽑은 식권을 제출하고 식판에 음식들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그 후 음식을 찬찬히 살펴봤다. 순두부 야채비빔밥 양념장은 강된장이었다. 고명으로는 버섯, 당근, 호박, 무가 준비돼 있었다. 흔히들 비빔밥 재료 중 핵심으로 여기는 계란도 없었다. 약간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이를 뒤로 한 채 차례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순한 비빔밥을 먹다 보니 반찬과 국은 다소 짜게 느껴졌다. 심지어 유부 장국에 유부는 4조각이었고, 오이지무침은 피자집의 피클처럼 달고 짰다. 반면 고구마 맛탕은 그렇게 달지 않아 반찬으로 먹기 부담 없었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먹었으나 결국 유부 장국과 오이지무침을 남기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기자는 비건이 생소하다. 그래서 ‘비건식’이라고 했을 때 단순히 ‘맛은 없지만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에 채소만 잔뜩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먹어보니,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건강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 느낌이 났다. 자취생인 기자에게는 특별한 건강식을 접할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비건 식사 물량이 애초에 적게 조리되어 조기 매진되었다는 것이다. 학생식당 점심메뉴는 보통 오후 2시까지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지만, 기자가 식사하고 있던 오후 1시 30분경 비건 식단이 일찍 마감되었다. 생각보다 첫인상이 좋았던 이유에서 일까? 많은 학생들이 체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허기진 내 배를 든든하게 만들어준 특별식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번에 체험한 비건 식단은 전체적으로 조화로웠으며, 감칠맛을 돋우는 육류나 해산물이 빠져도 충분한 포만감과 맛을 선사해주었다.

다음 달에 비건 식단이 또 준비된다고 한다. 비건을 하고 있는 학생은 물론 인스턴트와 3분 요리로 끼니를 때우는 자취생이나 기숙사생에게도 추천한다. 건강하고 든든한 비건 식단이 궁금한 학생들은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국제관 기숙사 식당을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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