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험기간: 밤 11시
피곤함에 절어 강의 들으러 가는 길목에 고양이가 누워서 졸고 있었다.
팔자 좋은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다음 생엔 우리 학교 고양이로 태어나야겠다 싶었다.
강의실에 들어가 앉아 턱 괴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니콜스랑 기슨 사잇길 정중앙에서 그루밍하고,
학생들 강의 들을 시간에 땃땃한 햇빛 아래 스머프동산, 텔레토비동산 누비며 유유자적 산책이나 하고,
시험 스트레스에 찌들어 좀비처럼 다니는 학생들 보면서 따스운 아스팔트에 등 지지고,
학생들이 카메라 들이밀면 부끄러운 척 등 돌리고 앉아 식빵이나 구울 테다.
막 만지고 귀찮게 하면 도망치는 것도 귀찮아서 꼬리만 팔랑거릴 테다.
다음 생애엔 본능에만 충실한 가톨릭대에 사는 게으른 고양이로 태어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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