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이몽] ‘trick or treat’
[동지이몽] ‘trick or treat’
  • 배소연(법정경학부·1) 학생, 정지호(소비자주거·2) 학생
  • 승인 2018.10.31 16:19
  • 호수 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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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

 

헬로! 핼러윈

배소연(법정경학부·1) 학생

나뭇잎에 단풍이 무릇 들고 예전보다 확연히 쌀쌀해진 날씨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핼러윈 데이가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선 그저 아이들 놀이처럼 취급하는 날이지만, 핼러윈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기원이 존재한다.

‘핼러윈’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그리스도교에서 전해진다. 만성절(성인의 날, All Hallows Day)인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을 기리며 종교적 행사를 하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기념일이다. 이날을 기념하는 전야제(All Hallows Eve)가 이브(eve)의 축약형인 윈(e’en)으로 바뀌고, ‘올 핼러우 윈’(All Hallow e’en)의 줄임말로 ‘핼러윈’(Halloween)이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핼러윈은 켈트 족의 풍습을 간직하고 있던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치르는 소규모 지역 축제였다. 그러나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약 백만 명의 아일랜드 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풍습도 조금씩 변화했다. 원래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원래 순무로 등불을 만드는 전통이었으나 미국에 건너와서는 비교적 흔한 호박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핼러윈은 공식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행사는 대부분 해가 진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날이 되면 아이들은 괴물 또는 유령으로 분장한 채 이웃집을 돌며 “Trick or treat!(맛있는 것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라고 외친다. 아이들은 아무 집이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문 앞에 잭 오 랜턴(호박으로 만드는 등불)을 밝히는 등 축제에 참여한다는 표시를 한 가정에만 방문한다. 이 특별한 놀이는 중세에 특별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아이를 통해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풍습에서 기원했다.

현재 핼러윈은 축제의 특성이 강해져 종교적 기원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또한 비싼 의상과 파티에 치중하여 ‘유흥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늦게나마 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올해의 핼러윈은 과거처럼 단절된 이웃 사이의 관계를 개선해보려 노력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어보는 유의미한 하루로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그들의 엄청난 트릭

정지호(소비자주거·2) 학생

무능하다. 유능하다. 경제를 모른다. 외교를 잘한다.

주위 친구들의 평가는 제각각이다. 누구는 현 정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한편, 다른 이는 고개를 젓는다. 한 마디씩 덧붙이기도 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럴 때면 나는 “그게 어디 쉽겠니…”하며 말꼬리를 늘이곤 했다. 모호한 답이 질문에 상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대화는 거기서 끝을 맺었다.

자신의 의견을 거들어주지 않는 이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강요해봤자 동조해주지 않을 것을 알아서일 수도 있다. 특히 정치에 관해서는 예민하기에 이견을 확인한 순간부터 대화는 자연스레 끊겼다.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서로를 비난하는 순간이 시작되기 전에 불씨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쌍방의 부단한 노력이었다. 나는 그 속에서 철저히 나 자신을 숨겼다. 내가 얼마나 정치에 무관심하고도 무지한 사람인지에 대해. 늘 그것이 부끄러웠고 슬펐다. 노력을 해봐도 극복되지 않아 힘들었고 억울했다. 하나의 계기, 깨달음이라도 얻으면 달라질 것 같은데 그것들은 도통 내게로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토요일 시청역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됐다. 나와 달리 격렬한 정치색을 가진 사람들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누군가’에게 저주와 욕설을 퍼붓고 있는 집회의 틈바구니를 지나가면서도 나는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도를 막는다는 이유로 몇 번 화를 내긴 했지만 분명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태극기와 성조기를 겹쳐 들고 핼러윈 분장을 한 남성을 대면하기 전까지는.

그는 우리에게 슬로건을 나눠주려 했다. “MOON OUT”이 새겨진 슬로건은 당당한 주인 손에서 부끄럽게 펄럭였다. 짧은 구호마저 영어로 적었다니. 얼마나 미국을 좋아하는지 알만  했다. 아마도 애국보다는 미국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의 소원대로 꼭 이민 갈 수 있기를 빌어주면서 길을 마저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길을 막고 ‘살인자가 통치하는 나라와 대화하려는 정부는 잘못됐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건 그때부터였다. ‘그는 미국을 좋아하는 걸까? 북미 대화는? 미국 정부도 잘못됐다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이내 역시 ‘핼러윈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핼러윈 기간에 트릭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북미 관계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꼬집으려 하고 있었다. 살인자가 통치하는 나라와 대화하는 미국 역시 반대하는 것이었다. 미국을 좋아하는 체하는 거였다니, 감쪽같이 속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비상한 계획에 탄성이 나왔다. 시위의 명칭에 ‘민중’이 들어간다는 것은 집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지독했던 지배계층 “두 명”을 위해 싸우는 그들이 “민중”이란 단어를 사용하다니! 역시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핼러윈을 진정으로 아는 자들이었다.
 
나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무지하고 무관심해도 저렇게만 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그들의 엄청난 트릭이 드디어 내게 해답을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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