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숫자 올리기’만 하면 안 된다
‘유학생 숫자 올리기’만 하면 안 된다
  • 박서연 기자
  • 승인 2018.10.31 16:19
  • 호수 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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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추기경국제관(IH)에 위치한 국제교류처 입구.

 

2015년 당시 정부는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유치’의 목표를 내세웠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올해 국내에 재적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만 2205명으로, 지난해 12만 3858명에 비교했을 때 15% 상승했다. 본교 외국인 유학생 수 역시 이러한 시류에 맞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유학생 수의 양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나머지, 질적인 부분에는 무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유학생 숫자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다면 정작 국내 대학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나는 이유
외국인 유학생 수의 급증은 정부의 목표뿐 아니라, 최근 대학 등록금 동결·인하에 따른 대학의 재정 확보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과 정부의 정책에 의해 더는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게 되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여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 시대로 학력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이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남정호 논설위원은 “국내 유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수요와 한국에서 공부하려는 외국 학생들의 공급 모두 늘어났다”라고 말하며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 원인을 지난 24일 중앙일보 <외국인 유학생 4년간 67% 급증… 인구당 숫자 일본 제쳤다>칼럼에서 밝혔다.
 

과도한 유학생 유치, 이들의 입학조건은?
대학정보공시제도 소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본교 외국인 유학생은 학부생 225명, 어학연수생 72명, 교환학생 56명으로 총 353명이다. 국가별 수는 중국이 23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그 뒤로는 베트남 40명, 대만 27명 순이었다. 이는 2016년 267명, 2017년 288명 대비 꾸준히 성장한 수치이다. 

본교에 입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크게 학위과정과 연수과정으로 분류된다. 연수과정은 다시 어학연수생과 교환학생으로 나뉜다. 외국인 유학생이 본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어떠한 입학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 외국인 학부생의 입학조건은 ‘2019년 가톨릭대학교 재외국민과 외국인 특별전형 신입학’에서 찾을 수 있다.

학위과정의 경우에는 외국 고등학교 과정 졸업 (예정) 자에 한하여 영어 또는 한국어의 일정 어학 기준이 요구된다. 영어의 경우 영어능력시험 △토플(PBT 550, CBT 210, IBT 80) △아이엘츠 5.5 △텝스 550 이상 취득한 자이다. 한국어는 △한국어능력시험 토픽 3급 이상 △본교 한국어시험 3급 이상 △앞의 조건 두 개에 상응하는 어학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라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연수과정에서 교환학생의 경우 각 협정교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상이한 기준이 적용된다. 필수적인 어학기준은 없으나 △IBT 60점 이상 △한국어 강의 400시간 이상 △한국어능력시험 토픽 2급 이상의 기준들이 권고 사항이다. 어학연수생은 본교 어학당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므로 특정한 어학기준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본교에서 제시한 필수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간단한 면접을 거쳐 선발된다. 

그러나 이러한 입학기준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가와지리 아야미(일어일문·1) 학생은 “가톨릭대학교는 타 학교와 달리 특정한 어학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나는 한국어에 관심이 있어 한국어능력시험을 따로 공부했지만, 만일 하지 않았다면 심화 용어를 사용하는 학교의 수업을 바로 듣기에 무리가 있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구민지(국어국문) 교수는 “현재 한국어학술작문 강좌를 듣는 27명의 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이 1급부터 5급까지 매우 다양하다”라고 말하며 “등급이 낮은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어능력시험 토픽 등급은 총 6개로 6급이 가장 높은 급수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입학조건은 본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과연 본교의 현 입학조건은 이러한 점을 충족시키고 있는가.


외국인 유학생의 학교생활은?
최근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일부 외국인 유학생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들이 팀플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으며,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글에는 “나만 겪은 일이 아니었다”라는 취지의 수많은 공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권아현(정보통신전자공학·4) 학생은 “교양 수업에서 외국인 유학생들과 팀플을 한 적이 있었다”며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내국인 재학생들은 언어와 문화의 면에서 차이가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팀플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에도 어려운 상황이긴 매한가지다. 가와지리 아야미 학생은 “나도 팀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외국인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 라는 편견에 부딪혀 소외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리위시(심리·2) 학생도 “한국어능력시험 성적과 별개로, 재학생들과 진정으로 교류하는 것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학교는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UK AMI(Academic Mentor for International students) 프로그램이 있다. CUK AMI는 자원하여 선발된 멘토들이 전공 학습, 대학생활 적응, 한국어 학습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도움을 주는 것이 주요 활동이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신장을 위해 한국어매체읽기, 한국어의사소통기술, 한국어학술작문 등의 전용 강좌가 다양하게 개설된 상태다.

국제교류팀은 국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부서이다. 신인철 팀원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업 성적에 도움을 주기 위한 SOS 프로그램이 있고, 학사지도 어드바이저 상담과 개강 및 종강 간담회를 매 학기 1회씩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어드바이저 상담과 개강 및 종강간담회의 참석률은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시스템은 괜찮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이처럼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은 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본교의 프로그램은 학생의 학습적인 적응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서적인 적응 역시 학습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더욱 세심한 프로그램 구성이 필요한 것이다.

국민대학교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들의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돕기 위한 ‘성곡 글로벌 가족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교직원, 한국 학생, 외국인 유학생 1명으로 구성된 멘토 그룹과 외국인 유학생 3명으로 구성된 멘티 그룹이 만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하는 성장 프로젝트다. 이는 학습적인 교류에서 멈추지 않고, 정서적인 교류로 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습 위주 멘토링 프로그램과는 차별성이 있다.

추가적으로, 구축된 프로그램들이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본교 외국인 유학생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맞는 인력은 구축되어있지 않다. 본교는 전문성을 가진 인력 고용에 힘써 적극적인 홍보방법과 프로그램 진행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어학술작문 수업을 진행하는 구민지 교수는 “본교에는 AMI와 같이 유학생의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인 지원센터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26일(금) 개최된 ‘외국인 한국어 한마당’에서 국제교류팀 김용석 처장은 “총장님이 외국인 유학생에게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본교는 대학의 ‘글로벌화’란 목표 달성을 위해 프로그램 개발, 유학생 입학 유도에서 그치면 안 된다.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는 시간을 필수로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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