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을 위한 축배, ‘코지 판 투테’
사랑의 신을 위한 축배, ‘코지 판 투테’
  • 오명진 기자
  • 승인 2018.11.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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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돌아온 음악과 오페라 정기 공연

만일 내 마음 속 열망의 대상을 바꾼다면 영원한 사랑이 있나?

사랑의 신이 날 영원한 고통 속에 살게 할 거야!”

'코지 판 투테!'

굴리에모와 페란도가 술을 마신다. 옆에 있던 알폰소가 너희의 피앙세는 과연 다를까?”라는 물음을 무심히 툭 던진다. 두 남자는 격노하며 그럴 리 없다. 나의 연인이 얼마나 지조 있는 존재인데!”라 소리친다. 하지만 낯빛이 어두운 걸 보니 한편으론 의심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에 알폰소가 거든다.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어느샌가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섭렵한 막장드라마만큼이나 파격적인 전개. 굴리에모와 페란도는 연인을 시험하기 위해 수염 붙이고 다른 남자로 변장한다. 누가 보아도 같은 사람인데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깜빡 속아 넘어간다. 그리고 끝내 그들의 유혹에도 넘어간다. 여기에는 하녀 데스피나의 부추김도 한 몫 한다. 모차르트 3대 명작 중 하나인 코믹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 여자는 다 그래.

영원한 사랑과 영원한 고통은 없는 것이다. 그저 사랑의 신을 위한 축배가 계속될 뿐이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유혹에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돈 알폰소와 데스피나는 유혹자였으며 굴리에모와 페란도는 의심자였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감정에 충실했던 인간의 초상이었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연적 본능을 다룬 오페라다.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소재지만,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상상 이상으로 놀라웠다.

 

음악과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정기 공연 마지막 날 모습이다.

지난 9() 오후 10, 이 사랑의 신을 위한 삼일간의 축배는 콘서트홀(C)에서 막을 내렸다. 2년 만에 음악과 학생들이 관객에게 돌아왔다.

 

앙상블(ensemble, 조화)!

앙상블 '스테이지(STAGE)'

1년 공백이 있었음에도 공연의 흡입력은 컸다. 오페라 배우, 연출, 조명, 앙상블 모두가 조화로웠다. 이번 오페라에 본교 출신 사단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 감독 이세이(성악), 연출 김동일(음악), 음악코치 이승윤(피아노)이 무대를 총괄하였다. 무대 아래에서는 지휘자 윤승업, 앙상블 스테이지(STAGE)가 선율로써 학생들을 지지해주었다.

이들은 음악과 학생들에게 금의환향한 존재였다. 페란도 전준영(음악4) 학생은 작년 음악과에 일이 있어 올해 올라오게 됐는데, 정말 많은 동문께서 거의 무보수로 도와주셨어요. 금의환향해주신 거죠. 여태껏 진행해온 것과 느낌이 많이 달라요.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려 하고. 선생과 제자를 떠나 유기적인 관계를 위해 더 노력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하고 무척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무대장치와 조명은 여느 공연장만큼이나 화려했다. 설치된 조명으로 무대 배경에 드리워진 배우들의 그림자는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윤주 조명 디자이너는 학생들의 공연을 너무 귀여웠다라고 평했다. “학생들이 연습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어요. 다른 오페라도 많이 참여해봤지만, 가톨릭대 학생들이 최고입니다. 너무 잘하지 않아요?”라며 학생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연출가 김동일과의 인연으로 본 공연 제작에 참여했다.

인터뷰 중인 피오르딜리지 민동선 학생.

오페라 초반, 배우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으나 이내 앙상블 선율에 녹아 들어갔다. 피오르딜리지 민동선(성악4) 학생은 유일하게 공연에 3일 연속 출연했다. 고된 일정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세 번 연속 공연하는 것이 무척 힘든데, 친구들과 같이해서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이번에 막 학기입니다. 졸업 후에 이번 오페라가 굉장히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관객은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휘파람 소리로 공연장을 채웠다. 원초적이면서도 최고인 화답 방식이었다. 가장 앞줄에서 공연을 관람한 한혜린(환경공학3) 학생은 음악과 학생분들이 개강미사와 다솔관 앞에서 홍보하는 것을 보고 시간 맞춰 찾아왔다정말 열심히 준비하신 게 느껴졌다. 오페라 관람이 처음인데 너무 잘 하셔서 재밌고 즐겁게 잘 봤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주연은 아니지만숨겨진 주역

오후 7시에 근접한 시각 콘서트홀 로비와 내부는 공연 준비로 바빴다. 티켓을 제시하고 공연장 내부에 들어섰는데, 막이 오르기 전 분위기가 꽤 엄숙했다. 마지막 공연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드디어 불이 꺼지고 커튼 앞에 한 사람이 등장했다. 재치 있는 멘트로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준, 사회자이자 피오르딜리지의 실제 연인 전원재(미디어기술콘텐츠2) 학생이었다.

“3일 동안 사회를 보며 관객분들을 관찰했는데, 대부분 입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웃으시더라고요. 코믹 오페라이니 지금 저를 바라보는 것처럼 심각하게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많이 웃어주세요!”

그는 음악과는 아니지만 좋은 기회로 초대받았어요.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고, 다음에도 불러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데스피나 박유경 학생.

“(전쟁터로 떠나간 연인에 아파하는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에게) 두 사람을 잃으면 모든 남자가 남게 돼요!”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을 매료시킨 것은 단연 데스피나였다. 데스피나가 등장할 때면 유독 관객석의 호응이 남달랐다. 그 주인공, 마지막 공연의 데스피나 박유경(성악3) 학생은 이번 무대가 처음이라 한다. “이번에 캐스팅을 통해 처음 무대에 서서 많이 긴장했어요. 실력 발휘를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할 거예요. 내년에도 무대가 있으면 도전할 것 같아요.”

 

 

 

진정한 평온이 가득하길

공연이 끝난 뒤 홀가분해 보이는 학생들.

뜻하지 않게 생긴 1년의 공백은 음악과 학생들에게 간절함의 기간이었다. 매표 부스를 관리했던 양인영(성악·4) 학생은 저희가 작년에 오페라를 못했는데, 학생 때 오페라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악 전공자들에게 메리트입니다. 더군다나 학교 전통상 오페라가 매해 개최되었다 보니 학생들의 오페라에 대한 열망이 컸을 거예요. 의도치 않은 휴식 기간이 있었기에 더 적극적으로 공연을 알려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지금까지의 오페라 공연과 비교하면 수준도 높아졌어요. 오케스트라, 무대장치 모두 전문가들이 담당해주셨습니다. 재작년 대비 관객 수도 많이 늘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분장을 지우고 나온 페란도 전준영(성악·4) 학생을 만났다. 그는 1학년 때 합창, 스태프 보조로 참여했다. 그러다 이번에 우연히 캐스트되었다고 한다. 풍부한 성량은 물론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관객을 웃게 하는 배우였다. 상대 배우와 실제 연인사이라 착각할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러웠지만, 알고 보니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였다.

자연스런 연기 비결은 노력 또 노력이었다. “6월 캐스팅을 시작으로 모두들 4개월 동안 매일 나와서 밤낮없이 연습했어요. 주말에도 밤새도록 연습하다 집에 가고. 방학을 거의 반납했습니다. 개강 이후에는 수업 끝나고 3-4시간 이상씩 준비했고요. 그래서 이번 오페라는 저희에게 유독 의미가 남달라요.”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든 페란도(왼) 전준영 학생.

이들은 관객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 때 보람찰까. 전준영 학생의 대답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이 부분에서 제발 웃었으면 좋겠다생각한 부분에서 잘 웃어주실 때 가장 기쁩니다!”라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 내려갔을 때 다 같이 고개 숙이고 울었어요. 주마등처럼 힘들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가네요. 작년에 학생들이 정말 힘들어했어요. 선생님들도 모두 고생하셨고요. 이번 공연은 모두가 거의 일당백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고통으로 가득한 바다가 되었구나.”

진정한 평온을 누릴 거야.”

마지막 환호를 받고, 커튼이 내려감과 동시에 고개 숙여 울었다던 전준영 학생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음악과 학생들이 지나온 4개월은 극중 대사와 같으리라.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고통으로 가득한 바다를 건넜다. 이제는 진정한 평온이 가득한 바다를 맞이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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