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도이자 작가]人 이재원, “많은 인연이 나에게는 흔적”
[의학도이자 작가]人 이재원, “많은 인연이 나에게는 흔적”
  • 이은혜 수습기자
  • 승인 2018.11.19 22:1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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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한국 의학도 수필공모전’ 대상 수상작 '교차'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이재원(의학·4) 작가. 왼쪽부터 차례로 김인호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 이재원 작가, 박정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삶과 죽음, 그 경계 현장 속에 있는 의학도들은 어떤 글을 쓸까. 매년 가을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의학도 수필공모전이 열리고 있다. 주제가 따로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의 글들이 출품된다. 이번 제 8회 한국 의학도 수필공모전 영예의 대상은 본교 이재원(의학·4) 학생에게 돌아갔다. 그가 쓴 작품은 섬세한 손길로 긴 시간성을 가진 서사”,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추상화의 임계치를 걸어가고 있는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많은 이에게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교차, 만남과 이별의 원리

우주에서 별과 별이 충돌하여 빛을 뿌리듯 우리 존재도 서로의 시공을 맞닥뜨려 흔적을 남기고 그 중 어떤 기억은 아주 오래 남아 멀리 이어진다.” -<교차> 중에서

음악을 듣고 눈물 흘려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더라도 마음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이재원 작가는 이를 시공을 초월한 교차라 표현한다. 그는 평소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질 때 마다 모든 인연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특히 임상실습 때 자주 되돌아보게 되었다며 소재가 나오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실습을 하다보면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그 구성원이 되어 환자분들을 만나고 교수님, 선생님들과 교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생각해보다가 떠올랐다.”

Q 작가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나?

아빠의 갑작스러운 투병생활, 온 가족이 마주해야 했던 그 무거운 현실이 매순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 속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동시에 지난 두 해의 병원 실습 기간 동안 스쳐 지나간 많은 인연은 나에게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이 그저 단절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서로의 오선지에 음 자락을 더한다. 각각의 교차는 물리적으로 국한된, 특정한 시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깊이 소화되어 아로새겨진 우리의 화음(和音)은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연주될 것이다.” -<교차> 중에서

 

사람의 인생에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존재한다. 하지만 만남과 이별, 각각의 의미는 모두 다르다. 이재원 학생은 나 자신도 나와 스치는 각 사람에게 다른 의미, 다른 깊이의 흔적이 남을 것이다. 각 사람들과 짧더라도 진실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라는 소망을 내비췄다.

 

등단, 그리고 글쓰기

이번 수필 공모전 대상 수상과 함께 이재원 학생은 정식 작가로 등단하였다. 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 수필잡지 에세이스트를 통해 등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 “수필 공모전 후 주변 사람들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내 글을 시간 내어 읽어주고 각자의 위치에서 느껴지는 바에 대해 선뜻 말씀해 주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Q 작가를 꿈꾸는 후배에게 전해주고픈 글쓰기 노하우가 있다면?

일기같이 온전히 나만 볼 수 있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가 읽을 글을 쓸 때는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 해봐야 한다. 여러 번 다시 읽고 퇴고를 하는 것이 글 다듬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Q 기록을 늘 하시는지?

특별히 작정하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여행이나 일상에서 의미 있는 일들을 적는 편이다. 틈틈이 기록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긴 하다. 그래도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감정을 가끔 짧게라도 남겨 두면 나중에 생생하게 떠올라 좋은 것 같다.”

 

바쁜 학교생활 속 차분히 앉아 글 쓸 여유를 찾기란 꽤 어렵다. 더욱이 졸업을 앞둔 그에게 이번 공모전은 마지막 기회로 다가왔다. “매해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던 의학도 수필공모전 포스터를 보았다. 막연히 생각만 했었는데 이번에 단단히 마음먹고 글을 쓰게 되었다.” 좋은 기회는 운 좋게 굴러 들어올 수도 있지만 이처럼 발 벗고 나설 때 발견할 수도 있다.

 

작가 이재원의 기대되는 행보

다음 작품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재원 학생은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의사 수필가 선배님들이 많다. 그 분들의 글을 보면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고 훨씬 더 많은 인생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래도 예순 즈음 소설 쓰기는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무리하여 글을 쓰기보다는 천천히 정직하게 글쓰기 실력을 갈고 닦고 싶다. 무엇보다 우선은 삶의 크고 작은 경험을 진실하게 겪고 싶다고 전해주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본업과 글 쓰는 일을 병행하는 이가 많다. 그들은 잔인하지만 따뜻한 현실을, 상상이 아닌 경험으로 담곤 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글을 읽고 나면 울림이 크고 길게 남는다. 이재원 학생이 앞으로 풀어갈 이야기에도 그의 삶이 녹아있으면 좋겠다. 외로운 영혼이 위로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의 진심이 많은 외로움과 교차해서 영혼 깊숙한 곳에 흔적으로 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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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dmad2 2018-11-22 18:47:41
본업이 바쁠텐데, 학생이 참 대단하네요 ^^~

catbon2 2018-11-20 07:37:51
이재원 학생의 글도, 이은혜 기자님의 글도 모두 따뜻하고 좋네요. 잘보고갑니다

CMCbon22 2018-11-19 23:37:53
이기자님 글도 너무 좋고 목소리도 너무 좋아여ㅎㅎㅎ 기사쓰느라 진짜 수고많으셨습니당!

Cmcbon2 2018-11-19 22:43:34
훈훈한 기사 잘 읽고가요 응원합니다 이기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