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 중앙선거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성심 중앙선거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 김다은 기자
  • 승인 2018.11.27 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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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개표를 해야 할 때

총학생회(이하 총학) 공석은 성심교정의 상징이 되었다. 여기에 덤으로 하나의 관습이 자리했다. 투표율 50%의 장벽을 넘지 못해 개표가 불가능해진 것. 가톨릭대학교 선거 시행세칙 제6장의 17(선거 유효 : 본 절의 선거를 투표권자 1/2 이상 참가 시 유효 된다)에 의하면, 투표율 50% 이상이 되어야 개표가 가능하다.

성심교정의 선거는 물음표 투성이다. 투표함은 개봉도 못 한 채 버려진다. 유권자의 의견은 버려진 투표함만이 알고 있다. 우리는 찬·반의 비율도 알 수 없고, 낙선한 후보자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우리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올해에도 개표하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소비하고 있는 걸까. 당선을 위한 개표가 아닌, 투표의 본질을 살리기 위한 개표를 해야 한다. 결국 답은 선거 시스템을 구조적 차원에서 변혁하는 것이다. 본보는 개표 방안으로 유효 투표율 기준 하향조정 및 철폐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제안한다.

 

유효 투표율 기준. 내리거나, 없애거나

2009년 서울시립대학교는 유효 투표율 기준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회칙 개정을 위한 회칙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청회도 개최했다. 고려대학교는 20179월에 총학생회 회칙 전면개정을 시행했다. 대의원들은 학생 총투표가 무산되는 주원인을 유효 투표율에 두었고, 이 기준을 정회원 과반수에서 ‘3분의 1’로 조정했다. 그렇게 고려대는 201610월부터 총 4차례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거쳐 총학생회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유효 투표율 조정은 임시방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립대는 기준을 10%나 낮추었지만 2017년 총학선거는 37.7%로 무산되었고, 올해 보궐선거에서 40.73%로 겨우 개표가 가능했다. 시립대의 경우는 유효 투표율 기준 하향이 곧 투표 참여 상승과 직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생각을 약간만 틀어보자. 우리는 학생 대표에게만 유효 투표율이라는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교내 선거 세칙을 국민투표인 지방선거나 대통령 선거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유효 투표율 기준을 철폐하는 것이다. , 경선과 단선의 경우 모두 최다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 반대를 위한 무투표는 사라지고, 찬성과 반대만이 남는 선거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투표제도 도입, ‘온라인 투표

온라인 투표 k-voting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k-voting (출처_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효 투표율 기준 하향을 반대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 대표라면, 학내 구성원 과반수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투표 시스템을 고려해보자. 유효 투표율 기준을 50%로 유지한 채 온라인 투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학교의 자체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k-voting (케이보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지원한다. 이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학교, 사회단체, 아파트 동대표 선거 등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는 간단한 절차로 신청이 가능하며, 편의에 맞는 투표 방식(PC , 스마트폰 앱, 휴대폰 문자)을 선택하면 된다. 유권자는 선거인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볼 수 있다. 이용 수수료도 많지 않다. 2000명 이하의 단체는 1인당 700원의 수수료에 해당하는 최대 140만 원을 지불하면 된다. 1년 이내 동일 기간에서 추가 선거를 시행할 시 수수료도 할인해준다. 할인된 수수료는 1인당 500원이다.

낮은 투표율에 골머리를 앓던 타 학교는 부산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으로 온라인 투표 제도를 도입했고, 50%의 장벽에서 벗어났다. 고신대학교(201659%201778%) 신라대학교(201650% 초반201762.3%) 동의대학교(201553.4%201773.8%) 이외에도 충남대, 한밭대, 전북대, 울산대학교 등이 지역 선관위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투표 방식을 택했다.

 

k-voting 이용신청 절차와 투개표 절차 이미지 (출처_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스템)

하지만 본교는 95년도에 통합된 이래로 현장수기 투표만으로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311호의 총학기사 <학교의 주인이 되거나, 손님으로 남거나>에 따르면, 지난 겨울방학 때 학생취업지원처는 가대톡을 활용한 전자투표를 고안했다. 투표율 미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는 5월에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예산 처리에 밀려 안건으로 오를 수 없었다.

우리의 선거는 우리 손으로 가꾸고, 바꿔야 한다. 이것은 오로지 주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스스로가 학교의 주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투표 시스템의 변화를 고민할 때다. 유효 투표율 기준 개정 및 철폐와 온라인 투표 시스템. 모두 고려할 만한, 현실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방안이다.

처음에 던진 질문인 우리는 민주주의를 잘 소비하고 있는가의 대답은 아니오. 내가, 내 친구가 그리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개표는 곧 당선이라는 공식과 반대표의 탈을 쓴 무투표 심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악습을 끊어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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