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는 ‘숙박 시설’, 이제는 ‘집’에 살고 싶어요
잠만 자는 ‘숙박 시설’, 이제는 ‘집’에 살고 싶어요
  • 고유정 기자
  • 승인 2018.12.10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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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난2 - 교외 편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숙사 입사의 문턱은 높아진다. 대학 공시정보 사이트 대학 알리미201810월 공시에 따르면 본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14.4%이다. 경기도 소재 4년제 대학 평균 기숙사 수용률이 약 28.44%인 것을 보더라도 본교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청년 주거난 기사는 학교 밖으로 나간 학생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거주하는지를 알아보고, 정부의 주거난 해소 정책을 살펴보았다학생들은 돈에 쫓겼고 안전을 포기했다. 정부의 정책은 주거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보증금에 치이고 월세에 쫓기고

집에서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은 자연스레 학교 주변 원룸가로 발길을 돌린다. 11월 초,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역곡동의 원룸 매물을 검색해보았다. 가장 낮은 월세는 월 32만 원, 평균적으로는 40만 원 내외의 매물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여기에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지출해야 하는 주거비가 많게는 50만 원에 달한다. 가장 저렴한 방(직방 기준)3월부터 12월까지 거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학기 등록금에 등하는 비용을 월세로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자취를 선택할 때, 경제적 부담은 주거비뿐만이 아니다. 생활비까지 더해지면 학생들의 부담감은 더 커져만 간다. 지난달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 달 기준 방값과 기초생활비를 묻는 학생의 글에 “70만 원에서 90만 원 사이라는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월세난민이라는 말은 더 이상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청년주거 현실을 관통하는 말이다. 수도권의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룰 때는 지옥고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이는 지하(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줄임말이다. 값비싼 월세를 견디지 못한 청년들은 지옥고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삶의 질을 포기하고 저렴한 단기거주지를 찾는 것이다.

이정인(생명공학·2) 학생은 학원가에서 방학 동안 단기로 거주할 곳을 찾다가 결국 고시텔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인 학생은 당시 거주했던 곳을 가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방 안에 서 있으면 더는 공간이 없는 정도라고 회상했다. 침대, 책상과 옷장 등 최소한의 가구가 위치하면 그 이상의 여유 공간이 없는 주거 공간. 과연 이러한 곳을 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경제적 안정위해 안전을 꼭 포기해야만 하나요?

현행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최저 주거면적은 14제곱미터로 약 4.2평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국민의 쾌적한 생활 영위를 위하여 설정해놓은 기준이다(주택법 제52). 한마디로 사람답게 살기 위한 주거의 최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시원은 지하(반지하), 옥탑(옥상) 등과 함께 주거빈곤가구로 분류된다. 이들에게 집은 잠자고 씻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본교와 역곡역 주변에만 해도 고시원이 20채가 넘는다.

주거취약계층은 주거 환경이 열악함은 물론 안전사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지난 9일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화재가 발생한 종로 고시원의 119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건물은 3층이었지만, 신고전화에서는 불이 난 곳을 4층이라고 전한 것이다. 불법 증축으로 인해 거주자가 층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여전히 주거빈곤가구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 보니 안전한 환경에서 살 주거권이 침해받고 있다.

 

청년의 주거권, “괜찮아요?”쉐어하우스의 등장

'민달팽이유니온' 홈페이지 단체 소개 캡쳐.
'민달팽이유니온' 홈페이지 단체 소개 캡쳐.

1인 가구 최저 주거면적에도 못 미치는 원룸과 지옥고가 넘쳐난다. 이에 청년들은 주거권 보장을 외친다. 시민단체들은 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한다. 각종 정부 정책도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청년 주거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은 아직 미완성인 상태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청년주거문제를 사회에 전달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사회단체이다. 현재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다가구주택을 임차해 달팽이집을 운영한다. 청년층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청년의 안정적 주거에 목적을 둔 비영리 주거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일컫는 공동 주거 형태, ‘쉐어하우스.

쉐어하우스는 최근 보장받지 못하는 청년 주거권의 대안적 역할을 수행한다. 쉐어하우스의 뜻은 단어 그대로이다. 거실과 부엌 등 공동주거공간을 공유하여 주거비를 절감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1인 가구의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쉐어하우스 거주자 간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팽이집에서는 자발적으로 취미 소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결책이 되지 못한 정책

정부는 ‘LH청년전세임대주택을 청년 주거난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거세게 반발한다.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이미지 하락은 물론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임대주택이 빈민 아파트로 불리며 주변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듯 청년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혐오 시설로 바라보는 시각도 생겨났다. 주거난에 허덕이는 청년들과 주민들 간에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혜택은 대상이 한정적이다. 이에 청년주거난을 해결하기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대학가에 전세물건 자체가 많지 않거니와, 혜택을 받기 위해 LH에 등록을 마친 주택은 찾기가 더 어렵다. 임대업자들은 굳이 시간을 들여 LH에 등록하는 데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당 혜택을 제시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됐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홍보와 임대업자들을 위한 설득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전국의 주거빈곤율은 1995~201546.6%에서 12%로 감소했다. 하지만 서울 거주 1인 청년의 주거 빈곤율은 2015년에 37.2%를 기록하며 증가 추세를 보인다. 정부는 단순히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정책의 실효성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주거난 해결 방안 제시와 함께 사회의 인식변화가 이루어질 때 정책의 효율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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