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당선] 범종 소리 듣는 고아
[사진 당선] 범종 소리 듣는 고아
  • 정서진(철학 2)
  • 승인 2018.12.11 11:47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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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올라서 다다른 산사에 나무가 있었다. 깊은 지하에서 조금씩 자라나 거뭇하게 구부러지고 풀어지고 번져나가다 스러지는 하나의 생이 있었다. 갈라지는 뿌리를 닮아가는 나무, 거꾸로 자라 허공에 뿌리내리는. 저녁 종소리와 함께 희미해지는 하늘은 연한 황토 휘파람을 불어주고, 능선들은 회청색으로 너울거린다. 절에 버려진 아기가 어미의 인기척이 있었던 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노년이 되어 허공을 가까스로 떠받치고 있는 겨울. 은은히 퍼져나가던 종소리는 어쩌면 이제는 죽음을 앞둔 고아가, 찾아 헤매던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해 더 굶주려 있던, 어미의 자장가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고 싶어지는 날이었고, 그러면 죽음에도 평안히 스밀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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