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심사평] 모두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수필 심사평] 모두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 정은기(학부대학) 교수
  • 승인 2018.12.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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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기 교수 (학부대학)

이번 가대문화상 수필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글들이었다. 저마다의 삶에 대한 고민을 앞에 펼쳐두고 당선작을 가려내야 하는 일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한다는 것은 수필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쓰는 사람에게는 글을 쓰는 내내,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게 하며, 독자들에게는 타인의 경험을 읽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유한 경험만으로 수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매몰되어 있었던 ‘그’ 경험에서 벗어나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것이다.

응모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자신에게 유의미한 삶의 국면들을 선택하는 데에는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만큼의 언어로, 선택한 국면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는 저마다 차이가 있었다. 자신만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위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단순한 감상만을 제시하거나, 경험을 넘어서는 과잉된 표현, 반성과 다짐, 깨달음의 도식적 구성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기준으로 「자연의 얼굴에서 엿본 깨달음」, 「준마열전駿馬列傳」, 「잊혀진 계절」 총 3편을 최종 심사대상에 올려두고 고민했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자연의 얼굴에서 엿본 깨달음」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진술문을 통해 성찰의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덕적도에서의 경험을 보여주고 있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었다. 글쓴이에게는 작품 속의 덕적도가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지여서 의미 있는 공간이 되겠지만, 글쓴이의 섬세한 관찰과 묘사로 독자들에게도 분명 의미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리라 믿는다.

「준마열전駿馬列傳」은 대학에서 만난 친구와의 우정을 전(傳)의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돋보였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문장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문장을 읽는 재미가 글쓴이가 전하고자 하는 성찰의 깊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가작에 이름을 올리지만 앞으로의 글쓰기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시월의 마지막 밤, 모녀의 데이트를 그리고 있는 「잊혀진 계절」은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게 한 작품이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글쓴이의 시선이 돋보였지만 감상적인 문체와 도식적인 의미 도출이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따뜻한 시선과 문체를 지니고 있는 만큼 분명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보내며, 다른 모든 응모자들에게도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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