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심사평] 우리는 온갖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한센병 심사평] 우리는 온갖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 류양선(국어국문) 교수
  • 승인 2018.12.11 10:07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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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응모한 한센문화상 문학작품은 시 부문 14편, 수필 부문 1편, 소설 부문 3편, 희곡 부문 1편, 시나리오 부문 1편 등 모두 20편이었다. 각기 다른 장르들의 응모작들이어서, 그리고 각 작품들마다 고심하며 쓴 흔적이 엿보여서, 우수 작품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수필 <사람의 손길>은 인도 콜카타에서의 봉사활동을 담담하게 서술한 글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죄인으로까지 몰려 추방된다는 말을 들은 ‘나’는 한센병 환자들이 어렵게 합장한 손으로 ‘나마스테’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부끄러운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오히려 ‘나’가 치유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나’는 한센병 환자들의 천진한 웃음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알게 된다. 그들야말로 생명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 수필은 이런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문장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격려하는 의미에서 우수작으로 뽑았다. 

소설 <하얀 마스크>는 초등학교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회고하는 작품이다. ‘퇴마사’라는 별명을 가진 ‘나’는 학교에 떠도는 괴담을 확인하기 위해 한밤중에 학교 내부에 들어갔다가 소사 아저씨에게 들키게 된다. 그때 ‘나’는 소사 아저씨의 맨얼굴을 보고 몹시 놀라게 된다. 늘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던 소사 아저씨는 한센병을 앓다가 완치된 분이었으나 얼굴이 문드러져 있었던 것이다.

이후 ‘나’는 잃어버린 손전등을 찾으면서 소사 아저씨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를 계기로 소사 아저씨는 마스크를 벗고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맨얼굴을 드러내자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나 그를 몹시 꺼리게 되고, 급기야는 학부모까지 와서 그에게 학교를 떠나라고 요구한다. ‘나’는 이를 보고도 모른 체하며 어른들의 행동을 방관하는데, 이는 ‘퇴마사’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결말을 통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드러내는 동시에, 암암리에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하얀 마스크’는 집단적 편견에 대한 방어막이자 사회적 소외의 상징인 것이다. 어린이의 시각으로 본 한계를 지닌 작품이지만, 역시 격려하는 의미에서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우리는 온갖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개인적 편견은 물론 세대적 편견, 집단적 편견, 종교적 편견, 민족적 편견, 지역적 편견, 시대적 편견이 있고, 또 전 인류적 편견도 있을 것이다. 가톨릭대 학보사에서 주관하는 ‘한센문화상’이 한센병에 대한 편견만이 아니라 이런 모든 편견들을 극복하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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