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로그]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기자는 끝나며 기사를 남긴다!
[저널로그]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기자는 끝나며 기사를 남긴다!
  • 지선영 기자
  • 승인 2018.12.27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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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 13편, 기획기사 14편, 오피니언 3편. 총 3학기를 학보사 기자로 보내며 맡았던 기사 개수다. 사실 아직도 마지막 기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쭈뼛쭈뼛 회의 때만 들렸던 마리아 317호는 어느새 나의 또 다른 집이, 25기 동기들은 없어서는 안 될 죽마고우가 됐다. 그만큼 학보사는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마감일 지키기. 글 쓰는 재주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학보사는 생각 외로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래서인지 항상 기사는 내게 ‘짐’이 아닌 ‘재미’로 다가왔다. 빠른 마감의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지 않을까. 또한 취재를 통해 보고 싶던 현장도 보고, 궁금했던 현상의 이유도 분석해가며 호수를 거듭할 때마다 난 항상 무엇인가를 한가득 얻어 갈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 남는 기사는 306호(새내기호) 기획기사였던 ‘가톨릭대 학과 점퍼 파헤치기’다. 내가 쓰고 싶던 주제로 기획한 나의 첫 기획기사. 2018 가대 학보 상반기 기사의 3위를 장식한 기사이기도 하다. 당시, 모든 학부의 학과 점퍼에 대해 분석한다는 것은 수습기자 타이틀을 갓 뗀 나에게 여간 벅찬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야 했고, 하고 싶었다. 항상 학기 초가 되면 학과 점퍼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때문에 내 기사가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 유용한 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총 12개나 되는 학부로 직접 연락하여 학과 점퍼에 대해 물었다. 그 후 디자인 시안을 받고 직접 하나씩 설명을 달았다. 기자라는 직업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의류학과’라는 나의 전공을 살릴 수 있었던 기사라 더욱 뜻깊은 순간이기도 했다. 각 학부가 가지는 고유 색상에는 강조할 수 있는 수식어를 붙였고 내 나름대로 뒷판의 디자인 이유도 함께 분석했다. 처음으로 주간 교수님께 칭찬을 들었을 때에는 ‘이래서 기자하는구나!’란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여태까지 함께한 기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나에게 짜릿함을 줬다. 매번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은 기자를 힘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무것도 모르는 수습기자였던 2학년의 내가, 문화부장으로서의 3학년을 끝마친 지금까지. 학보사는 행복이었고 재미였고 추억이었다. 앞으로 들어가지 못할 마리아 317호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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