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로그] 훈장(訓章) : 가르치는 글
[저널로그] 훈장(訓章) : 가르치는 글
  • 김다은 기자
  • 승인 2018.12.27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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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로그를 끝으로 학보사도 끝이다. 이 기회를 빌려 독자와 학보사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찡찡거리고자 한다.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 487일 중 고생했던 때를 털어놓고 싶다. 때는 2018년 9월, <장거리 통학러의 셔틀 첫 탑승기>를 쓰던 그날로 돌아간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기사는 내가 수없이 고민하며 쓴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사 발행 후 처음 걸려본 병으로 내원과 동시에 약 처방도 받았다. 지금은 건강하다.

무리하며 기사를 쓴 이유는 간단하다. 내 욕심 때문이었다. 2학기 개강호에 실린 히로시마 르포 기사 퇴고를 꽤 여러 번 거친 것이 부끄러웠다. 이는 깊은 고민 없이 기사를 썼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기사는 제대로 쓰고 싶었다. 최소한의 퇴고를 거쳐 완성도 있는 기사 작성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감 D-1 : 9월 12일(수)

당일 정오에 총무팀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막막했다. 인터뷰 내용 정리는 언제하고, 기사 초고는 언제 쓸 수 있을까. 평소에 타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셔틀버스’로 문제점까지 꼬집어야 했다. 기사에 대한 고민은 나날이 불어났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글도 안 써졌다. 자판 위에 올라간 오른손은 백스페이스 바만 누르기 바빴다. 문장은 길었다. 지저분했다. 앞뒤 맥락도 맞지 않았다. 글이 쓰기 싫어졌다.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가 넘었다. 그러나 기사 서론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 두 번째 꼭지까지는 다 써야하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아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새벽 3시에 다시 일어났다. 비몽사몽인 채 세, 네 문장을 더 썼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깜깜한 방, 이불 위에서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몸을 일으켰다. 문장을 지우고 다시 썼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글을 썼다. 새벽 5시, 기사 상태 미완성. 한계였다. 엉클어진 문장을 뒤로하고, 잠들었다. 다음날 오전수업은 가지 못했다.

 

마감 D-DAY : 9월 13일 목요일

어떻게 해서든 초고를 넘겨야 했다. 등굣길에도, 수업을 들을 때도 기사 생각뿐이었다. 기획서를 바라보며 ‘뭐라고 써야 하지, 결론은 어떻게 채워야 하지’를 고민했다. 오후 9시. 문장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기사를 완성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평범한 기사였고, 마감을 지켰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편집국장으로부터 뜻밖의 칭찬을 들었다. 줄어든 퇴고 횟수는 덤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기사와는 다르다는 평이었다. “헐... 우소(일본말로 거짓말이라는 뜻)...!!” 그때 깨달았다. 열심히 고민한 글은 어떻게 해서든지 티가 난다. 그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음에 뿌듯했다. 기사 쓰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태도로 글을 써야 하는지는 몸소 배웠다.

영화 '조찬클럽(The Breakfast Club)'의 마지막 장면이다. 반항아인  존이 학교 벌을 받고 나오면서 취한 포즈다. 오른손 주먹을 쥐고 하늘 높이 들어올리기. 끝내 성취했다는 내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가지고 왔다. (출처_https://www.youtube.com/watch?v=lL1iOJCSr4g/ The Breakfast Club - Ending Scene )
영화 '조찬클럽(The Breakfast Club)'의 마지막 장면이다. 반항아인 존이 학교 벌을 받고 나오면서 취한 포즈다. 오른손 주먹을 쥐고 하늘 높이 들어올리기. 끝내 성취했다는 내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가지고 왔다. (출처_https://www.youtube.com/watch?v=lL1iOJCSr4g/ The Breakfast Club - Ending Scene )

학보사 활동 끝자락에서 작은 투정을 부려봤다. 회상해보면, 그때 버틸 수 있었으니 버텨낸 것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 <장거리 통학러의 셔틀 첫 탑승기>는 훈장(訓章)이다. 수많은 단어와 문장 속에서 가라앉지 않도록 발버둥 치는 법을 알려주었다. 글과 접전을 벌인 끝에 최고의 기사를 손에 거머쥐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훈장(訓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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