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이 끝내 열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투표함이 끝내 열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 장현진 기자
  • 승인 2018.12.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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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 공약과 상세한 홍보, 유학생 참여 독려 필요해

내년 3월에는 개강과 함께 성심교정 총학생회(이하 총학)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연이은 후보자 낙선은 ‘이유 없는’ 낙선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출마할 후보자나, 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라면 지금부터 낙선 이유를 분석해보아야 한다.

가톨릭대학보 제311호 <학교의 주인이 되거나, 손님으로 남거나> 기사 발행 후 대다수 학생은 그동안 총학 후보들이 인성 논란에 휘말렸던 것에 비해 이번 총학 후보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런데도 투표함은 열리지 못했다. 개봉 가능 투표율 50%로 꽁꽁 묶여버린 투표함에 많은 의문이 쏟아지는 순간이다.

이번년도 성심교정 본 선거 결과. (출처_가톨릭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페이스북 캡쳐)
이번년도 성심교정 본 선거 결과. (출처_가톨릭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페이스북 캡쳐)

유세 첫날인 11월 6일(화)부터 투표 마지막 날인 16일(금)까지 11일간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올라온 선거 관련 글은 약 117개다. 역시나 선거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총학 낙선 결과를 본 학생 여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후보 측 공약 미비 △홍보 부족 △외국인 유학생들의 저조한 투표 참여였다. 지금부터 에타에 올라온 글을 재구성하여 학생 여론을 자세히 분석해보겠다.

 

매력적인 공약 어디로… 학생 생활과 맞닿아 있어야

2019년도 가톨릭대학교 총선거에 출마한 총·부총학생회장 후보 기호 1번 김현목(철학‧4), 정영훈(회계‧3) 후보자는 △학생과 학교 간의 지속적 교류 및 반영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학교 △학생들을 위한 국제학사 만들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 △CUK MEMBERSHIP(제휴 상점) 확대 △학생 휴게실 전면 리모델링 △C‧C 캠페인(Clean CUK)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11월 17일 : 투표 종료 다음 날

# <총학에 당선되기 원하면>

“총학으로 당선되고 싶다면 학생들이 솔깃해할 만한 공약을 들고 와야 한다. 귀찮아서 투표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총학이 쓸모없어 보였다는 뜻이다. 후보 측의 공약 미비, 홍보 부족은 결국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대표하지 못할 것 같은 대표자를 학생들이 무슨 이유로 뽑겠나?”

# <무투표에 관한 생각>

“매력적인 공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부 학생들이 투표할 권리를 포기한 것은 옳지 않다. 적어도 본인의 의사 표현은 확실히 했어야 한다. 의견을 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후보자들에게 돌리지 말라.”

공약이 일부 학생들에게 ‘추상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무투표와 공약이 아무 관계가 없다며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무투표가 아닌 ‘반대’를 표했어야 진정한 ‘유권자’라는 것이다. 총학 선거는 모두의 일이다. 결국,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고찰과 유권자의 투표가 어우러져야 한다.

 

홍보는 미흡하고, 선거지원금은 부족하고

11월 22일 : 투표 종료 6일 후

# <총학 선거 홍보와 관련하여>

출처_에브리타임
글쓴이가 올린 고려대학교 총학 홍보 책자 이미지. (출처_에브리타임)
출처_에브리타임
(출처_에브리타임)

 

“우리 학교 규모가 작아서 책자를 제작할 수준이 아니라 해도, 공약에 대한 설명이 상세한 홍보물 배부의 필요는 있었다고 본다. 물론 작은 명함을 받기는 했다. 그런데 고려대학교 총학 홍보 책자를 보니 유세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가 소개한 책자는 고려대 총학 후보자의 개인 홍보물이었다. 이는 총 14페이지로, 공약과 상세 설명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공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적힌 홍보물을 전체 학생들에게 나눠줄 만큼 제작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본교 선본은 총학생회비 중 선관위 활동금 200만 원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다. 지원금의 분배는 선거 시행세칙 제4장 선거비용 제8조 (선거비용 책정 및 사용)의 “비용 책정 후 입후보자의 증감에 따라 선관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따른다. 이번 본 선거 선관위에 따르면, “총학 선본은 15만 원, 생활과학대 선본은 12만 원”을 지원받았다.

지원금의 액수가 적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홍보 부족이 지원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출마할 후보자는 주어진 한도 내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기 공약을 상세하게 알릴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한다. 지원금이 갑자기 대폭 상승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학생지원팀은 지난 3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회비 분리 고지 및 선택납부 시행 이후 매년 학생회비 납부가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40%대로 떨어져 축제를 하고 나면 다 소진될 정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학생회비 납부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선거 지원금의 증가는 어렵다.

 

유학생 투표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아

외국인 유학생들의 투표 참여 가능 여부를 두고도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11월 15일 : 투표 3일 차

# <투표율>

“유학생도 투표 가능이라는 건 그 인원도 투표율에 포함된다는 건데, 유학생들은 아무도 투표하지 않더라.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 댓글 1

“유학생 친구들은 본인에게 투표권이 있는지도 모르던데 알려줘야겠다.”

# 댓글 2

“유학생들은 지금 투표 기간인지도 모르더라.”

대학정보공시제도 소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본교 외국인 유학생은 학부생 225명, 어학 연수생 72명, 교환학생 56명으로 총 353명이다. 적지 않은 수인 이들에게 투표권이 있음을 홍보할 방법도 고안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투표용지와 후보 홍보물은 전부 한글로만 되어있었으며, 선관위 페이스북 페이지에 ‘유학생 투표 참여 가능’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올해는 ‘가서전 협의’, ‘정문에 심어진 나무’, ‘국제관 기숙사 균열 문제’처럼 “학교와 학생 간 소통이 부족했다”라고 느꼈던 학생들이 많았다. 몇몇 학생들은 학생 대표의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낙선을 아쉬워하는 학생 여론도 있었다. 기숙사 균열 문제가 불거진 이후, 에타에서 한 학생은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총학이 내년에는 꼭 있었으면 한다. 총학이 없어서 목소리를 못 내는 건 아니지만 있었더라면 분명 힘이 더 실렸을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꾹 다문 투표함을 열 순 없었다. 이제는 투표함이 잠긴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후 유권자 여론이 그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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