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로그] 회자정리(會者定離)
[저널로그] 회자정리(會者定離)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8.12.27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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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를 떠나는 4명의 기자들을 위한 케이크 사진.
학보사를 떠나는 4명의 기자들을 위한 케이크 사진.

31 + ∂, 이는 내가 총 3학기에 걸쳐 작성한 기사 개수다. 아직 발행되지 않은 기사를 ∂(알파)라 표현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기사들이지만 볼 때마다 뿌듯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람차다고 생각한 기사는 <기숙사생과 직원 갈등 지속… 학생들 월세 난민 자처해(2018.9.18.) 이다.

이 기사를 읽은 원종철 총장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직접 기숙사를 방문했다고 한다. 당시 원종철 총장은 기숙사 층장과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불만을 접수해 기숙사 환경 개선 및 시설을 보수하기로 약속했다. 내가 쓴 기사가 학교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을 표면적으로 느끼게 된 순간이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성취감도 잠시 아쉬운 감정이 밀려온다. 신문이 발행되고 기자들과 평가 회의를 진행할 때, 한 기자가 “기숙사 직원과 학생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시설 문제도 다뤘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고 했다. 맞다. 기숙사 문제는 직원과 학생들의 낮은 신뢰도뿐만 아니었다. 시설에 문제 삼는 부분을 직접 돌아보고 학생들의 불만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기사가 나왔을 것이다.

내가 계속해서 반성하고 좋은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는 기사를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 두 달 전 나는 독자에게 응원의 메일을 받은 적 있다. <‘가서전’과 ‘서가전’, 어떤 단어가 익숙하신가요(2018.9.18.)> 기사가 발행되었을 때다. 영어영문학부 한 학생이 “이나영 기자님의 기사를 감사히 읽었다. 가서전 명칭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고, 가서전과 서가전을 어우르는 명칭에 대해 제안을 해본다”며 “가톨릭대 학보를 위해서 쏟으시는 이나영 기자님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짧은 단신이라도 크게 관심을 가져줘 정말 고마웠다. 이로 인해 “내가 쓴 기사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학보가 학생과 학교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알아차렸다. 이는 더욱 객관적이고 참신한 기사를 써야 한다고 스스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저널로그를 끝으로 나의 1년 6개월간 학보사 생활이 끝난다. 가톨릭대 학보 기자 활동을 하면서 기사 작성하는 법, 신문의 구조, 인터뷰 요청부터 취재까지 많은 걸 배웠다. 여기에 들인 시간은 셀 수도 없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무언가 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회의실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기자들, 특히 국부장과 사회부 기자들에게 이 기회를 빌려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 마련이다. 헤어짐을 슬퍼하기보다 발전의 발판으로 삼고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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