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 텅텅…냉각된 기부 열기
구세군 자선냄비 텅텅…냉각된 기부 열기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8.12.27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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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딸랑딸랑종소리가 들리는 시기이다. 지난달 30‘2018 자선냄비 시종식을 시작으로 약 한달 간 각 지역에서 집중 모금하고 있다. 올해 거리 모금 목표액은 65억 원이지만, 12() 기준 16억 원만 모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목표액에 터무니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용산역 광장. 한 외국인이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냉각된 현장 기부 열기

지난 22() 용산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현장을 찾아갔다. 용산에는 용산역 광장과 2번 출구 앞 총 2곳에 위치해 있다. 종소리를 따라 용산역 광장으로 향했을 때, 몇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었다. 주로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아이들이나 20, 30대 커플들이 기부하는 모습을 봤다.

용산역 2번 출구 앞에는 구세군 종소리와 함께 튜바소리도 울려 퍼졌다. 그때 남자 아이가 다가가 자선냄비에 돈을 넣었다. 잇따라 한 커플도 기부에 참여했다. 자선냄비 앞을 지키던 구세군 자원봉사자는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따뜻함도 잠시였다. 오후 130분부터 약 1시간가량 자선냄비 앞을 지켜본 결과, 기부하는 사람보다 외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현장 기부 열기가 차가워짐을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기부금 투명성 강조’, 기부자 알 권리 보장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이다. 경제 저성장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경기가 나날이 악화되는 실정에 누구에게 기부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자신의 용돈벌이도 버거운 대학생들에게 기부는 더욱 쉽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기부라는 선의를 악의로 이용한 사건이 늘어나면서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자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분실과 장부 조작, 공금 유용, 친인척 거래 등의 비리 사건이 있다. 또한, 지난해 어금니 아빠이영학이 백악종을 앓는 딸의 수술비를 기부 받아 자신의 사치스러운 삶에 이용한 것이 드러나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송현(국어국문·3) 학생은 기부금 단체에 모금해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라 경제적인 여유도 없을뿐더러 기부를 하려 해도 내가 기부한 금액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기부나 모금 관련 뉴스를 봐도 비리가 끊이질 않다보니 신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조사에 따르면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 기관, 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23.8%)’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기부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이윤을 챙기는 몇 단체로 인해 자선 단체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이영학 사건은 한 사람이 개인이 저지른 범죄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다수의 기부금 단체까지 오해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결국 자선 단체에 대한 불신으로 기부를 기피하는 기부 포비아현상을 불러왔다.

한국모금가협회 황신애 이사는 중앙일보 <개인 기부 27% 감소유난히 얼어붙은 올 사랑의 온도탑’(2018.12.21.)>에서 자선 단체 스스로 기부금 용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맞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부금의 투명성을 강조해야 한다. 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금액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기부단체도 모금액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모금액은 자선단체와 기부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늘어난다. 추운 날씨와 함께 냉각된 기부 문화를 녹일 방법은 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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