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나 홀로 공연장에 가요"
"크리스마스, 나 홀로 공연장에 가요"
  • 지선영 기자
  • 승인 2018.12.27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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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활동하고 즐기는 사람들. 대한민국 신인류로 떠오른 나홀로족의 정의다. ‘사람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2명 중 1명이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 칭했다. 이제 혼자를 청승맞고 불쌍하다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나홀로족은 소비 트렌드를 좌우하는 강력한 소비자층으로도 무섭게 성장 중이다.

 

연말, 혼자라도 괜찮을까?

연말과 각종 기념일이 가득한 12.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나 홀로 연말’. 올해는 왁자지껄한 송년회와 화려한 홈 파티 대신 혼자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조용한 연말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연말을 맞아 혼행(혼자 여행)과 혼영(혼자 영화) 같은 문화생활 빈도도 급증했다. 연말과 기념일은 무조건 연인,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뒤집힌 덕분이다.

이렇듯 새로운 연말 트렌드는 기업의 마케팅 방향 역시 바꿔놓았다. 편의점 CU나 홀로 파티족을 위한 6종의 미니케이크를, 영화관 CGV1인 관객을 위한 크리스마스 싱글패키지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가 내놓은 혼행의 진수패키지, 삼성카드가 마련한 ‘1인 공연석까지. 나홀로족을 겨냥한 색다른 마케팅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혼자가 서툰 당신, 혼공부터!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문화는 바로 혼공(혼자 공연)’이다. 실제로 티켓 판매처 인터파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연 비중이 가장 큰 12월과 1월 공연 티켓 판매량 중 ‘11구매율은 201751%를 기록했다. 201225%와 비교해 본다면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덧붙여 단독 공연단독으로 가서 보는 공연이란 농담까지 등장할 정도로 혼공은 나홀로족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여가생활이 됐다. 또한 혼공은 무대 위 가수에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됨으로써 비교적 타인의 시선 의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인지 혼공은 다른 혼자 문화보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나홀로족 입문코스가 됐다.

많은 공연 중, 평소 혼공을 즐겨 하는 기자가 강력히 추천하는 것은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되는 인디밴드 공연이다. 대규모 콘서트의 부담스러운 가격, 치열한 티켓팅은 이 공연에선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뛰어나고 색다른 음악은 대규모 콘서트 못지않다.

 

기자가 직접 가봤다

인디밴드 ‘더 폴스(The poles)’의 공연 사진.
인디밴드 ‘더 폴스(The poles)’의 공연 사진.
인디밴드 ‘더 폴스(The poles)’의 공연 포스터 사진.
인디밴드 ‘더 폴스(The poles)’의 공연 포스터 사진.

연말을 맞아 기자도 취재를 위해 혼공길에 나섰다. 오늘의 공연 장소는 이태원 펫 사운즈. 3인조 인디밴드 더 폴스(The poles)’의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대개 인디밴드 공연은 클럽FF 에반스라운지 생기스튜디오 등 홍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규모와 주제에 따라 합정, 이태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기도 한다.

가격과 티켓팅 방법은 공연장마다 다르다. 평균 공연 가격은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로 저렴한 편이며, 입장 시 현매로 현금 결제를 하고 나면 손등에 입장 도장을 찍어준다. 하지만 오늘 찾은 펫 사운즈는 무료입장 자율기부 형식. 무료로 들어가 공연이 끝난 후 원하는 만큼 공연비를 내면 됐다. 정해진 금액은 없으며, 최소 5천 원 이상의 금액을 나눠준 봉투에 넣어 바구니에 담는 형식이다.

공연장에 입장을 하면 대다수의 관객들은 바(bar)로 향한다. 바에서 원하는 음료 혹은 주류를 주문한 뒤 자리에 앉거나 서서 관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자는 칵테일 한 잔을 받고 자리에 착석했다. 내부 자체가 어둡고 자유로운 분위기라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편안히 음악을 즐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방문한 사람도 심심찮게 보였다.

1시간 셋으로 진행된 공연은 더 폴스의 대표곡인 ‘FOG’로 서막이 열렸다. 라이브 클럽 공연은 대형 콘서트와 달리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짧아 아티스트와 더욱 가까이서 호흡이 가능하다. 때문에 더 생동감 있고 신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더 폴스의 마지막 곡인 ‘Life’가 끝나자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아티스트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는 일명 퇴길이 진행됐다. 퇴길은 퇴근길의 줄임말로, 공연 종료 후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일컫는다. 퇴길까지 끝난 뒤에는 클럽과 펍으로 운영되는 공연장에 남아 DJ 파티를 즐기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이 같은 문화는 인디밴드 공연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묘미다.

 

혼공, 왜 보니?

그렇다면 사람들이 혼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혼공을 즐겨한다는 박나영 씨(27)밴드 사운드를 라이브로 듣고 싶어 혼공을 시작했다내가 보고 싶은 공연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오롯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어 자주 찾게 됐다고 혼공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날 공연을 한 더 폴스의 보컬 김다니엘 씨(22)와 드럼 김경배 씨(22)실제로 혼자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다. 또 혼공을 하다 팬들끼리 친해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아티스트의 입장으로서 혼자 보러 와 주시는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더 좋은 공연으로 보답해 드리고 싶다고 혼공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덧붙여 본인의 취향이 있고, 취미가 있다면 혼자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것 같다라고 언급하며 음악은 특히 혼자서 빠져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고 혼공 문화를 장려하기도 했다.

 

어느새 길었던 2018년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수많은 인간관계와 원치 않는 술자리에 지친 당신. 이번 연말에는 혼공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색다른 음악과 편안한 분위기가 일 년 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줄 것이다. 연말은 더 이상 모두와 함께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연말은 오직 당신만을 위해 보상받아야 할 순간이다. 지금 당장 홍대로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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