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올바른 피임을 하고 계신가요?
당신은 올바른 피임을 하고 계신가요?
  • 이은혜 수습기자
  • 승인 2018.12.27 13: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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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법 공론화해야 할 시대… 커플 간 신중한 대화 필요해

 

'생리 예정일이 지났다. 그날 밤 기억을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되감아본다. 남자친구가 콘돔을 제대로 사용했었나? 내가 경구피임약을 제대로 맞춰 먹은 건가? 너무 불안하다.'

 

대한민국에서 안전한 피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본 커플은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 피임 현실은 참혹하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직 53%의 사람들만이 피임을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임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인가. 한국 출산율 현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보다는 어쩔 수 없이 피임할 여건이 안 된다거나 피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적절할 것이다.

왜곡된 피임인식은 근거 없는 소문들로 이어졌다. ‘그냥 한번인데 설마 임신이 되겠어? 질외사정은 안전해’, ‘여성이 경구피임약만 먹으면 콘돔도 필요 없대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적 피임 수술 외에 완전히 안전한 피임법이란 없다. 질외사정은 정식 피임법조차 아니며, 여성 피임법에만 의존해 콘돔을 등한시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위험한 피임법인지, 그리고 콘돔을 왜 피해서는 안 되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아는 사람만이 성공 하는 것이다.

 

99%의 성공률, 숫자에 속지 말자

콘돔 성공률 82%-99%. 경구피임법 성공률 76%-99%’

이 숫자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99%이다. 1%만이 실패한다니, 너무나도 안전해 보인다. 그 덕에 나머지 82%, 76%라는 숫자는 저절로 기억 속에서 잊히게 된다. 하지만 99%82%로 떨어뜨리는 조건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탓에 삭아버린 콘돔이 찢어진다거나, 콘돔을 사용할 때 공기를 완벽하게 빼지 않았다면 99%의 안정성에 변수가 생기게 된다. 콘돔 뒤처리도 신중해야 한다. 정액이 여성 외음부 쪽에 흘러 묻을 시에도 임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구피임법도 마찬가지다. 배란 주기가 완벽하게 일정한 여성이 2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복용하였다는 가정 하에서만 1% 실패율이 성립한다. 하지만 이 두 전제를 만족하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 만약 월경 주기가 불규칙적인 사람이라면, 더욱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피임법으로 경구피임약만을 맹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콘돔으로 감염예방까지

성 생활에서 피임만큼이나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성병 감염예방이다. 올해 흥행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는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긴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HIV(일명 에이즈)에 감염되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영화의 영향일까. 전보다 대중들은 에이즈를 대표적인 성 매개 감염 질환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허나 우리가 조심해야 할 감염 질환은 에이즈 이외에도 다양하다. 최근 매독은 2016년에 전년도에 비해 56%나 증가할 정도로 흔한 감염원이 되었다. 초기 궤양증상 후에는 잠복기에 들어가 전신 증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예방 및 초기 치료가 필수다. 더불어, 여성들의 질염 및 골반염을 일으키는 주범인 임질균, 질편모충도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성관계 후 질 분비물(일명 냉) 악취와 함께 외음부쪽 가려움증이 나타난다면 감염이 의심되니 하루라도 치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

문제는 보균자(성 파트너)는 대부분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균을 일차적으로 차단해야 하고, 관계 후 질 세척, 성기 세척도 함께 하면 더욱 좋다. 콘돔은 균을 막아주는 물리적 장벽역할로서 효과적인 도구이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감염과 피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무이한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서든지 콘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피임법 공부를

잘못된 피임문화 퇴치와 콘돔의 의무화. 우리 모두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약속이다.

피임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피임사전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는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젠더 건강 팀이 2017년에 서울시 여성발전 기금으로 발행한 일종의 피임 지침서이다. 성인 남녀가 궁금했던 피임 관련 질문에 대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답변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내용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후피임약에 대한 설명은 물론 몰랐던 피임법 상식까지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어 흥미롭다.

이번 연말, 애인과 특별한 계획을 꾸리고 있는 커플들이라면 함께 피임에 대해 논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서로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점검하고 고쳐나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점점 올바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하루 빨리 건강한 성문화가 대한민국에 정착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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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2018-12-29 14:50:37
덕분에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