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후임 찾기 저 멀리 산 설고 물길 설어도
국장은 찾아 가리 외로운 길 삼만리
바람아 구름아 후임 소식 전해다오
후임이 있는 곳 예가 거긴가
후임 보고 싶어 빨리 나타나세요
아아아~외로운 길
가도가도 끝없는 길 삼만리
한 학기 내 정신상태가 어떠했을까 복기해보니 <엄마 찾아 삼만리>나 <김종욱 찾기>가 떠올랐다. 물론 온라인 발행 개편, 성의교정 수습 선발로도 정신이 없었지만, 편집국장 후임 찾기 여정이 참 아득하여 끝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기자 모두를 동일선상에 두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들 역할이 동일하기도 했고. 이제 곧 나갈 4명의 3학년 국부장단을 제외하면, 나머지 6명은 수습을 뗀 정기자였다.
그간의 행동 분석을 통한 개인 성향, 기사 작성 과정과 결과를 정리했다. 성격유형검사까지 참여해 달라 부탁했다. 각기 성향에 특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다들 모든 면에서 고만고만했다. 다만 학보사 활동에 참여한 정도에서 편차가 컸다. 참여도란 그 형태가 어떠하든 성실함의 척도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올 초 26기 수습기자 선발 당시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마리아 317호를 학내에 하나뿐인 나만의 거식처, 콘센트가 많아 전기 공급이 원활한, 공강에 시간을 적절히 때울 수 있는 공간으로만 여기는 듯하였다.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내가 마주한건 새로운 생각은 내놓지 않고 ‘학보사 기자 뭐 별거 없어’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이었다. 자신들의 능력을 너무나 과신한 나머지 ‘수습기자 역할’에 안주해버렸다.
한 자리에 안주하면 도태되는 것은 뻔할 뻔자다. 그래서 난 곧 죽어도 기자 평가 잣대로 성실우선주의 원칙을 내세울 것이다. 노력하는 성실함, 발전하려는 성실함, 자신을 객관화하여 지난날의 과오를 되돌아보려는 성실함. 성실함은 모든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어떠한 일을 실행하는 데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너무 성실이란 단어가 반복되어 성실예찬론자처럼 보일까 걱정된다. 하지만 기자들이 내가 무슨 심정에서 이런 말을 하는지 느낄 수 있다면 아무리 이상해보여도 괜찮다. 임윤아 기자가 얼마 전 개인 과제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말했다. “일 못해도 무조건 성실함”을 가진 기자가 좋다고!
국장의 최종 픽(pick)은 모두가 알듯 법학 2학년 문화부 김다빈 기자가 됐다. 내가 후임을 고르는 최고이자 최대 기준을 충족한 유일한 사람이다. 다만 너무 마음이 여린 김다빈 기자가 심히 걱정된다. ‘편집국장 업무 관련하여 질문해 보라’는 나에게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떻게 애들을 이끌어가죠, 언니 말도 안 듣는데 제 말은 얼마나...!’란 말만 반복했다. 정말 김다빈 기자가 ‘말 못하고 혼자 다 떠안으려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크다. 경험에 비춰보면 이 마음가짐은 정말 나와 학보사를 갉아먹는 짓이다. 그래서 이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하려 한다. 생각 외로 정말 간단하다. 국장은 자신을 믿어야 하고, 동료기자들은 국장을 절대적으로 도와야한다.
편집국장은 외로운 자리다. 국장과 외로움, 이 두 가지가 동일선상에 서게 된 것은 내 브리핑에 종종 등장한 선임 편집국장 영향이 크다. 그는 나에게 “국장은 외로워”란 외마디를 남기고 자유 찾아 떠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짧지만 굵은 인수인계였다. 동료 기자들의 도움이 있으면 그나마 낫고, 없으면 무조건 힘들다. 내 증조 격인 선임 편집국장의 선임의 선임도 그랬을 테다. 그러니 내년도 기자들은 제발 ‘백지장’을 맞들어 주길 바란다. 오프라인 발행할 땐 학보 맞들고, 온라인 발행할 땐 노트북 맞들어줘라.
그간 편집국장 브리핑을 작성할 때마다 ‘한 호 끝냈구나’, ‘몇 호 남았구나’하며 남은 임기를 계산했다. 이제 이번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학보사라는 마지막 짐을 덜어낸다. 2년 반이란 기간 동안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진부한 얘기겠으나 여러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도 지친 건 사실이다. 한 단체의 책임자로서 각종 인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하루는 어린이집 선생님이었고, 하루는 상담센터 상담자였다. 얼마나 힘든가를 표현해보면, 기사 24시간 하루 종일 쓸래, 기자들 3시간 동안 관리 할래 물었을 때 ‘닥 전’이라 대답할 정도다. 어디까지나 자의였으나, 타인 위주의 삶을 살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것이다. 이기주의자가 아닌 ‘나’라는 자체를 존중하는, 개인주의자가 되려한다.
끝맺음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난 발언 인용이 좋다. 정기자에서 부장으로 훌쩍 뛰어넘어 든든한 부장단이 되어준 고마운 이들과, 내 후임 김다빈 기자의 12월 호 준비 소감을 준비했다. 추가로 내가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 전할 말은 다음과 같다. 내년 고생길이 훤하지만 파이팅! 손으로 똥 싸지만 않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