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저조한 성적 보이는 한국영화…그 이유는?
매년 저조한 성적 보이는 한국영화…그 이유는?
  • 장현진 기자
  • 승인 2019.01.2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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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 한참 동안 예매 앱을 뒤적였지만 결국 ‘볼 게 없어서’ 밥이나 먹자고 입을 모았다. 상영영화가 없어서 볼 게 없다고 표현한 것이 아니다. 구미를 당기는 영화가 없었던 거다. 이러한 관객들의 마음은 저조한 영화 성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8년 한국 영화는 몇몇을 제외하고 씁쓸히 눈물 흘리며 스크린에서 물러났다. 저조한 관객 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관객 수만으로 영화를 평가할 순 없지만,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수치임은 틀림없다.

영화관 성수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영화관 성수기’는 연말부터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까지를 말한다. 2017년만 봐도 왜 성수기인지 알 수 있다. <신과함께-죄와벌>(관객 수 1,440만)과 <1987>(723만) 두 편이 전체 관객 수 1, 2위를 달리며 신나게 경쟁했다. 거기에 <강철비>(445만)까지. 이들은 전체 관객 수의 70% 가까이 차지했다.

그러나 작년은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PMC: 더 벙커>는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지만, 여론이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한 주 전에 개봉했던 <스윙키즈>도 개봉 2주차에 겨우 119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연말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마약왕>은 개봉 첫날에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하락세가 이어졌다. 스타 감독과 흥행 보장 배우의 만남도 소용없었다. 한국영화가 이토록 저조한 성적을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리즈물․화제작 등 외화 강세

1월부터 외화는 강력했다. <코코>(351만)의 등장을 시작으로 화려한 CG 기술을 앞세운 마블의 <블랙팬서>(539만)까지. 그리고 4월, 연이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개봉했다. 이는 개봉 첫날부터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최종 관객 수는 무려 1,121만 2,710명이었다.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566만)과 <데드풀2>(378만)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했다. 올 연말을 휩쓸었던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빼놓을 수 없다.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누적 관객 수 1,000만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외화가 강세했던 한 해였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끄는 외화 속에서 한국 영화는 울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최근 3년간 한국영화의 총 관객 수는 계속 줄고 있고, 외화 대비 관객 점유율 역시 줄어드는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외화 점유율은 2016년 47.3%, 2017년 49.2%, 2018년 49.1%로 증가 중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외화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해서 강세를 펼치고 있는 외화에 맞서기 위한 대비책이 시급해 보인다.

 

남성 중심 영화…이제 지겨워

작년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350편 주연배우의 성별로 수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주연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수익률이 더 높았다. 여성 주연 영화가 관객들의 시선을 끈 것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도 여성 주연 영화의 바람이 불었다. <도어락>(155만), <국가부도의 날>(374만)은 각각 배우 공효진과 김혜수를 주연배우로 내세웠다. 공효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심한 성격에서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는 캐릭터를, 김혜수는 남성 팀원들을 이끄는 유능한 리더를 연기했다. 영화 성적도 손익 분기점을 가뿐히 넘었다.

사실 여성들은 그동안 영화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만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를 이끄는 주체로 등장해 극을 이끌어 간다. 특히 이런 영화들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

한편 여성 배우 원톱 영화라는 이유로 투자에 난항을 겪었던 영화도 있다. 바로 <미쓰백>(72만)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은 ‘관객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영화에 공감했던 여성 관객들이 ‘쓰백러(팬덤 이름)’를 형성하고 반복 관람을 하는 등 힘을 보탰다.

사실 아직은 남성 중심적 영화가 많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여성 주인공 영화에 대한 수요 역시 늘었다. 따라서 이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한국 영화의 전반적인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작자들은 고민해야 한다. 왜 외화가 강세인지, 또 그동안의 이야기가 남성 중심으로 진부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이 고민의 결과와 노력이 관객들에게 닿았을 때, 한국영화는 관객들과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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