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되감기] 재능 없는 열정의 비극
[필름 되감기] 재능 없는 열정의 비극
  • 김다영 수습기자
  • 승인 2019.01.24 18: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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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랭크> 속 한장면 (출처_NAVER영화)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 만큼이나 기적 같은 일이다.

2014년 9월 25일에 개봉한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영화 <프랭크>엔 노력을 발판삼아 그 부조리를 뛰어넘으려한 남자가 있다. 이 영화는 평범한 회사원 존이 우연한 기회에 한 인디밴드의 키보드를 맡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밴드의 중심엔 괴상한 탈을 벗지 않는 괴짜 천재 뮤지션 프랭크가 있다. 존은 직장도, 가족도 뒤로한 채 프랭크와 작업하며 ‘특별한’ 뮤지션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화목한 가정을 내던지고 뮤지션이 되기 위해 도전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마법 같은 해피엔딩일까?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까?

평범한 직장인의 뮤지션 도전기라는 줄거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비긴어게인>이나 <보헤미안 랩소디>같은 음악적 성공담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영화 <프랭크>는 인생의 바닥에서 음악으로 일어서는 감동적인 서사에 익숙해진 대중의 뒤통수를 친다.

"나도 알아 구린 곡만 나오는 기분" 작곡 중인 존에게 밴드 멤버 돈이 말을 건넨다.

 

존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랭크의 ‘특별한’ 재능을 원한다. 존의 동경 대상인 프랭크는 담요에 생긴 보푸라기 하나까지 영감 삼아 노래하는 천재 뮤지션이다. 존은 프랭크를 닮고 싶어 인터넷에서 ‘창의력 해방’ 강좌를 찾아 듣고, 마지막 비상금까지 털어 열심히 앨범 작업에 임하지만 결과는 형편없다.

그러나 그런 프랭크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광장 공포증을 앓는 그는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존이 프랭크의 천재성을 얻기 위해 애쓴 것처럼 프랭크도 광장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존은 끝까지 ‘구린’ 노래를 쓰고 프랭크는 결국 무대에서 도망친다. 둘은 서로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얻고자하지만 실패한다.

존과 프랭크의 실패는 절망스럽지만 결국 우리에게 저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자신을 ‘평범’하다고 여기며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특별’하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프랭크는 프랭크이고 존은 존이듯, 우리는 저마다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가면 벗은 꿈의 맨얼굴

존은 자신이 사랑했던 건 음악이 아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깨닫고, 밴드를 떠난다. 하지만 존의 뒷모습에선 쓸쓸함보단 진정한 자신을 마주보고 인정한 자의 각성이 느껴진다.

<프랭크>는 맹목적인 도전의 실패담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노력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이로 하여금 무책임하게 새로운 도전만을 부추기는 사회에 물음표를 던짐과 동시에 진정한 자신을 마주보라고 격려한다.

새해 초, 많은 이들은 기존의 자신을 탈피해 새로운 사람이 되자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곤 한다. 그런 이들에게 <프랭크>는 묻는다. 꿈과 도전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가장 나다운 것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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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_pong 2019-01-26 16:17:52
무려 영화의 대사까지 넣다니 엄청난 스포네요ㅜㅜ

ㅇㅎ 2019-01-25 12:22:04
스포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