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보다 더 잔인한 한국 교육의 실태
'SKY 캐슬'보다 더 잔인한 한국 교육의 실태
  • 김다빈 기자
  • 승인 2019.01.2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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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 예서의 코디비용을 위해 시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는 한서진 (출처_ SKY캐슬 공식홈)
자신의 딸 예서의 코디비용을 위해 시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는 한서진 (출처_ SKY캐슬 공식홈)

 

“할 수 있어요. 3대 째 의사가문 우리 예서가 만들면 돼요. 이번만 도와주시면 우리 예서 서울의대 보낼 수 있어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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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예서 서울 의대 가야해요” “선생님 진짜 꼭 좀 부탁드려요”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가 애처롭게 말한다. 이에 선생님은 그 어떤 비극이 와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드라마 <SKY 캐슬> 中-

딸의 대학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그. 무엇이 한서진(염정아 분)을 이토록 대학에 목매게 만들었을까. 3대 의사 가문을 만들어야한다는 드라마 속 내용을 감안한다 해도 그의 행동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서울의대를 보내기 위해서는 무슨 일도 할 수 있다는 한서진, 한 사람의 잘못일까. 곪을 대로 곪아버린 한국 교육의 현실아래 한서진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봐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학벌공화국 'SKY' 민국

한국의 학부모들은 언제나 불안하다. 내 아이가 혹여나 뒤쳐지거나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항상 초조한 마음이다. 아이의 대학을 위해서라면 물 불 가리지 않고 정보 싸움에 뛰어든다. 비단 드라마 <SKY캐슬> 속 한서진만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더 큰 문제는 <SKY 캐슬>을 본 학부모들이 드라마 의도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거다. <SKY 캐슬> 방영 이후 한 익명 사이트엔 “스카이 캐슬을 보고 불안해져 저희 첫째 딸도 코디를 붙이기로 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에는 “저도 정보 좀 주세요”라는 반응의 댓글이 이어졌다. 중앙일보엔 대학 컨설팅 문의가 급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드라마를 시청한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느껴 대입 컨설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교육시장의 규모는 수치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작년 4월 15일 정부에서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실태에 따르면, 2017년 사교육비 규모는 18조 6,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4천억이 증가했다. 이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계산하면 27만 1000원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사교육을 받는 학생(70.5%)외에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29.5%)까지 포함해 사교육비 평균을 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행복의 척도는 대학

대학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짓는다. 우리는 대학으로 나의 미래를 예측한다. 우리가 대학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에요”라고 말하지만,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도 행복하게, 맘 편히 살기엔 너무 힘든 세상이다.

말다툼을 하고 있는 차민혁과 그의 딸 차세리의 모습 (출처_ SKY캐슬 공식홈)
말다툼을 하고 있는 차민혁과 그의 딸 차세리의 모습 (출처_ SKY캐슬 공식홈)

 

“네가 진짜 하버드 학생이었으면 이런 의심을 받았겠어?”

“예서를 봐. 공부 잘하니까 아무도 의심 안 하잖아!”

차민혁(김병철 분)은 살인 용의자로 의심 받는 자신의 딸 차세리(박유나 분)를 다그친다.

 

“하버드 다닌다고 뻥쳤으니까 남들이 믿어주지 않을 거라 지레속단한건 아빠겠지”

차세리의 말에 차민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이래서 대학을 가야 되는 거야. 이래서!!!”

-드라마 <SKY 캐슬> 中-

이런 사회에서 대학 이름은 간판이 된다. 대학 이름 하나로 누구는 웃음 짓고, 누구는 눈물을 흘린다. 때문에 우리는 더 악착같이 좋은 대학에 가려고 발버둥 친다. 그렇게 대학 이름은 ‘자격증’이 되고, 자격증으로 이 사회에 주어진 기회를 따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여기서 인성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자 혹은 패배자가 말하는 궤변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들이 주류가 된 사회에서는 부가 대물림된다. 극 중 차민혁이 차세리에게 “대학 가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하는 이유다.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공부만 잘하면 다 괜찮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고, 결국 그 아이도 일류대학에 가야 상류층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상류층에 속한 이들은 직업을,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상류층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학벌로 상류층에 속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학벌주의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아니 스스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교육?

그동안 국가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사교육은 언제나 공교육보다 한걸음 앞섰다. 논술시험이 만들어지면 논술전형 사교육이 생겼고, 공교육 강화를 위한 학생부 종합전형이 나오면 그에 맞는 사교육이 등장했다. 앞으로 국가가 어떤 입시정책을 마련한다 해도 사교육은 계속해서 공교육보다 앞서나가려 할 게 뻔하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사회에서 사교육이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벌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벌주의를 벗어나기 위해선 인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야한다는 가르침 아래 자란 우리가 학력주의 사회 풍토를 저버리긴 쉽지 않다. 대학의 서열화도 한 몫 한다. 이런 현실 아래 사교육의 범람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용이 되려면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격지심 있는 자의 한탄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다. 가정환경은 생각보다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국가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임시방편의 단편적인 정책이 아닌 구조를 뒤흔들 만한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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