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백혈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세요
[성의] 백혈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세요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9.02.21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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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매년 서울성모병원 및 전국대학교에서 캠페인 열어

 

“저는 두 개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저로의 삶이자, 다른 하나는 제가 이식해준 환자분들의 삶입니다. 그분들께서 ‘이런 반듯한 사람이 이식해주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2018년 말초조혈모세포 기증자 조명도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종종 조혈모세포 기증 장면을 위험하게 비추곤 한다. 마치 생사가 걸린 수술처럼 말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는 것이 ‘아프다’던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맞서 국내 여러 조혈모세포기증 기관들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의 영향으로 작년까지 전국에 총 34만 명의 등록자, 5천여 명의 기증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도 병원에는 4,000여명의 백혈병, 혈액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범수희 팀장은 “기증자는 등록자 중 1.2%에 불과하다. 이 수치도 면역억제 치료가 발전하면서 올라간 수치다”라며 더 많은 등록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골수기증’
등록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센터에 가서 3ml의 혈액만 뽑으면 끝이다. 허나 막상 등록 후, 이식 가능한 환자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증에 선뜻 동의하는 사람은 54%에 그친다. 그렇다면 나머지 46%의 마음은 왜 변하는 것일까. 이에 범수희 팀장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항간에 ‘기증하려면 수술을 해야 한다’, ‘기증하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생긴 배경에는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을 골수기증이라고 생각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골수로 기증하는 사람들은 5%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헌혈을 하는 것처럼 말초혈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촉진제를 맞은 후 이틀간 입원해 양 팔에서 피를 채취하는 과정을 거치면 마무리되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다.

유명 연예인 김지수, 최강희씨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했을 당시 언론에서는 ‘골수 기증’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언론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명칭 논란에 대해 범수희 팀장은 “언론에서 정보를 바로 잡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30대 건강한 기증자가 필요해
‘젊은 청년’이라는 점은 기증자로서 선택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20-30대의 건강한 조혈모세포가 질이 좋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이 2018년 한 해에만 45개의 대학을 돌며 캠페인을 실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수희 팀장은 “매년 젊고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등록 되어 등록-기증 절차의 순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기존 등록자 중 사망하신 분들까지 고려한다면, 매년 2만여 명의 신규 등록자가 나와야한다”며 기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대학생들의 참여가 꼭 필요한 시점에서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의 참여율은 주목해볼만 하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조혈모세포 등록 학생 수를 조사한 결과,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이 1,283명으로 국내 대학 중 4위를 차지했다. 범수희 팀장은 “학생들의 인식도 높은 편이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올 2019년에 있을 조혈모세포 캠페인에서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해본다.

작은 노력으로 큰 가치를
“작년 9월 15일 이식 당일, 공여자님의 건강한 조혈모세포가 무사히 병원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균실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2017년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한 백혈병 환우 어머님의 말이다. 누군가에게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는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은 헌혈정도의 수고이다.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은 서울성모병원 1층에서 ‘조혈모세포기증 캠페인’을 개최할 예정이다. 매년 이맘때쯤 열린 이번 행사는 벌써 10주년을 맞이한다. 범수희 팀장은 “2017년 행사 당시 조혈모세포를 등록했던 서울성모병원의 정윤아 간호사가 전국 2,000번째 기증자가 되었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도 이처럼 기적을 만들 수 있다. 기적은 무심코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작은 노력으로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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