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제때 쓰자 제발...”
기자가 레포트에 깔리는 것을 2년 동안 실시간으로 지켜본 동기가 남긴 말이다. 미리 말한다. 매주 실험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은 상당히 지옥 같은 일이다. 지옥에서 도망친 입장이니, 탈출 팁이라도 조금 남기려 한다.
실험 레포트는 ‘일반화학 및 실험’, ‘일반물리학 및 실험’, ‘일반생물학 및 실험’ 과목에서 제출해야 한다. 자연과학부, 컴퓨터정보공학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생명·환경학부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레포트이기도 하다.
기자의 새내기 시절 레포트가 생각난다. 레포트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아 형식도, 내용도 엉망이었다. 아주 낮은 점수가 적힌 레포트를 보며 느꼈던 막막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꽉 채운 레포트 여러 장을 가져온 재수강생 선배들을 보며 불안함에 떨기도 했다. 지금부터 전하는 팁은, 최하점으로 시작해 최고점으로 마무리했던 본 기자의 경험이 담겼다.
1. 레포트 형식을 확인하라
보통 실험 레포트의 경우 △실험목적 △이론 및 원리 △실험 준비물 △실험과정(실험 방법, 실험결과) △고찰 및 토의 순으로 이뤄진다. 실험을 진행하는 교수님, 조교님 마다 각 과정을 부르는 명칭이 다르거나 생략·추가된 과정이 있을 수 있다. 반드시 해당 실험 레포트의 형식을 확인하여 제대로 된 뼈대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레포트는 크게 예비레포트와 결과레포트로 나뉜다. 대개 예비레포트는 실험목적, 이론 및 원리, 실험 준비물, 실험과정 중 실험 방법까지를 포함한다. 실험 전 예비레포트를 작성하고 실험 후 실험 결과와 실험에 대한 고찰을 추가해 결과레포트를 작성하면 한 편의 레포트가 완성된다. 이때, 예비레포트를 작성할 당시 잘못 이해하여 실수했던 부분이나 미흡했던 부분도 함께 보완해야 한다.
2. 실험 레포트는 성실함이 생명!
실험은 보통 매주 1개씩 진행된다. 만약 일반화학 및 실험·일반물리학 및 실험·일반생물학 및 실험을 모두 수강하면, 매주 3개의 실험을 하고, 레포트를 제출하는 셈이다.
보통 실험 레포트는 적게는 2-3장, 많게는 5장이 넘어간다. 특히 일반생물학 및 실험은 과목 특성상 써야할 내용이 많다. 게다가 현미경으로 본 실험 결과를 연필로 일일이 그려야 해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일반화학 및 실험은 복잡한 계산이 많아 대충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레포트를 제출 기한에 맞춰 내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특히 학기가 지날수록 레포트를 원래 제출기한보다 늦게 내는(소위 ‘레이트 제출’이라 칭한다.) 경우가 많아진다. 문제는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 밀린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3개도 힘든데 밀린 것까지 4개, 5개는 더 힘들지 않겠나. 그러니 최선을 다해 레이트 제출만은 피하자.
3. 고찰은 누구나 어렵다. 조교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단언컨대 실험 레포트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고찰이다. 이론은 논문이나 책에 있는 정보를 찾아서 쓰면 된다. 그러나 고찰은 실험결과로 실험목표를 얼마나 이끌어냈는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 찾아서 설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사용한 이론과 실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고찰을 쓸 수 있다.
애석하게도, 실험 난이도는 쉬운 편이 아니다. 매주 2-3개의 실험 레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입장에서 모든 실험의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응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실험을 진행하는 조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대부분 조교님들은 실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론이나 과정, 오차가 발생하는 이유 등을 실험 전 설명해주신다. 이를 잘 기억하고 있다가(너무 자신을 믿지 마라. 제발 적어라.) 고찰에 중점으로 다루면 좀 더 쉬워진다. 또, 매 실험마다 주어지는 실험 프린트를 잘 들여다보면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그 포인트를 잡는 것이 고찰의 핵심이라 말해본다.
4. 실험 점수 비중이 적다고 무시하지 마라
실험 레포트나 실험 수업에 대한 출결 점수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래서 지각이나 결석에 무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티끌이 모여 재수강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실험시간에 지각하면 실험내용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또 실험의 일부는 그냥 지나가게 되어 레포트 작성 시 불이익을 받는다. 더욱이 실험은 조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조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 명심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험 수업 점수 배점이 낮아 레포트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나름의 요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훗날 전공 수업에서 1학기 내내 한 실험을 토대로 몇십 쪽에 달하는 레포트를 써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전공 기초 수업은 실험 레포트 쓰는 방법을 정확히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귀찮다 생각 말고, 기회를 잘 활용하길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