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 제 2의 정준영은 대학에도 있었다
[금단현상] 제 2의 정준영은 대학에도 있었다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9.04.12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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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SBS
사진 출처 : SBS

 

금주의 단어 : 단체 SNS채팅방

 

아 영상만 안 걸렸으면 사귀는 척하고 (성관계를) 하는 건데

○○랑 잤어” “영상 없니?”

온라인 다 같이 만나서 스트립바 가서 차에서 강간하자

우리 이거 영화야 생각을 한 5분씩만 해봐 살인만 안했지 구속감 xx많아

정준영 단톡방으로 알려진 남성 연예인들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메시지 중 일부다. 스스럼없이 불법 성관계 촬영 영상을 공유하고, ‘강간하자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주고받는다. 심지어 본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구속감,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보인다.

이 문제가 비단 특정 연예인에 한정된 것일까. 단체 채팅방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대학생 단톡방이라는 이름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가? 정준영의 단톡방과 별다를 바가 없다. 여학생의 얼굴이나 몸매를 순위로 매기는 것은 기본이고 입에 담기 어려운 음담패설을 주고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접 찍은 영상이 아닌 한국야동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국의 야동은 대다수 불법촬영물이라는 점에서 2차 가해를 하는 것과 같다.

매년 대학가의 단톡방 성희롱 문제는 연례행사처럼 불거진다. 2014년 국민대에선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은 별로니 ○○○을 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긴 남학생들의 대화가 공개됐다. 2015년 서울대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했고, 2016년에는 연세대에서도 여자 주문할게 배달 좀’, ‘맞선 여자 첫 만남에 강간해버려ㅎㅎ와 같은 대화가 단체 대화방에서 오고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모바일 메신저는 디지털(온라인)성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라인 등의 모바일 메신저의 편리성과 폐쇄성을 악용한다. 모바일 메신저는 영상을 보내고 삭제하는 과정이 편리하고, 타인에게 대화내용이 노출될 확률이 적어 폐쇄적이다.

정부는 정준영 단톡방 사건 이후 사이버 상에서 이뤄지는 불법촬영물 공유 및 2차 가해를 강력히 단속하기 위해 나섰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집중단속에 나섰다. 주 점검 대상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의 불법 촬영물 유포 및 공유와 성매매 조장 등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와 여성 폭력이다. 이번 단속은 지역 관할 경찰관과 협업해 다음 달인 531일까지 약 60일간 진행된다.

하지만 60일간의 단속으로 그간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들어진 채팅방에서는 나가면 그만이고, 60일이 지나 새로 개설하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기에 완벽한 단속은 힘들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미 이뤄진 ‘2차 가해에 대한 피해는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정책 운영을 해도 시민들이 자정을 하지 않는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 모바일 메신저를 비롯한 전자 매체는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단체 대화방에서 공공연히, 하지만 비밀스럽게 이뤄지는 문화가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들을 스스로 개선하고자 할 때 비로소 디지털 성범죄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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