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리어프리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기
[르포] 배리어프리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기
  • 김다영 기자
  • 승인 2019.05.07 15:1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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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를 배우다!

 

서울수어교육원 수어강좌

서울수어교육원에서 진행된 4월 수어강좌 첫날, 3분 정도 지각해 헐레벌떡 들어간 강의실에선 이미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큰소리로 설명하는 선생님과 필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했건만예상과는 다르게 강의실 안은 아주 조용했다. 정적 속에서 십여 명의 학생들은 무대 위 농인 선생님의 손동작과 표정을 열심히 따라하고 있었다. 칠판엔 수업 중 음성언어 금지라는 규칙이 쓰여 있었다. 입문 반 수업 2시간 동안은 음성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뜻을 표현해 전달해야 했다. 수어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소통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무색하게도 수업은 쉽고 재미있게 이해됐다.

수어는 단순한 손동작이 아닌 표정, 입 모양, 몸짓을 활용해 소통하는 풍부하고 섬세한 시각적 언어다. ‘산을 타다를 표현하고자 할 때, 검지와 중지를 두 다리 삼은 단순한 손짓으로는 부족하다. 가파른 산을 타듯 힘든 표정으로 올라가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내려와야 마침내 완성된다. 잠수를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속에 있는 것처럼 뺨을 부풀려 숨을 참고 어푸어푸 입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윗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몸의 자세나 표정을 공손하게 하여 존대의 의미를 나타낸다.

입문반 첫 수업의 끝 무렵, 선생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보면서 얼굴 이름을 만들어주었다. 청인이 서로를 음성으로 부르듯 농인들도 각자의 시각적 특징을 본뜬 얼굴 이름을 만들어 서로를 부른다고 한다. 입문반 강좌를 수강한 25살 김은규 씨는 한 번도 수화로 된 이름이 따로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고 평소에 할 필요도 없었다며 청인으로 살아온 삶을 돌아보았다. 그는 매주 8시간씩 주어진 침묵이 낯설었다고 하면서도 상상하지 못한, 아니 상상할 노력도 안했던 관점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세계를 탐구할 수 있었다며 수강 소감을 전했다.

청각적 정보 없이 소통하는 세상은 또 다른 세계다. 음성언어를 사용할 때 개념적으로 인식하던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더욱 꼼꼼히 살피고 집중한다. 심지어는 북한 군인들이 여러 행렬을 이루어 무릎을 쫙 피면서 걸어가는 모습도 묘사한다. 개미를 묘사할 땐 머리, 가슴, 배와 뾰족한 고리 모양의 큰턱을 손으로 나타내며 표현한다. 이처럼, 수어는 무척 섬세한 언어다.

배리어 프리 사회

장애인에게 장애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안고 살아야 하는 일상이다. 따라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배리어를 허물기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운동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없애는 운동이다. 배리어프리 운동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기존의 영화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해설 혹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정보를 자막을 넣은 영화 등이 있다.

배리어프리 운동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장애가 세운 장벽은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모일 때 비로소 허물어진다. 기본적인 소통을 위한 기초적인 수화를 배우며 배리어프리 사회로 향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장애가 불편이 아닌 다름이 되는 사회를 꿈꾼다.

수어에 관한 궁금한 사항은 서울수어교육원 홈페이지(www.sdeafsign.c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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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pong_no.1fan 2019-05-08 18:22:36
마지막 문장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qtjjang 2019-05-08 11:14:58
배리어프리 운동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손정민 2019-05-09 00:47:33
저도 수화 배우고 싶어요우~

min_hermes 2019-05-15 22:33:20
첫 날부터 지각하셨다니 마음이 다 아프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