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법한 미래로의 여행
있을법한 미래로의 여행
  • 정수연 (인문∙1)
  • 승인 2010.06.22 17:03
  • 호수 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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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한다.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과거와, 미래와, 현재와, 자연과, 인간을 한데 엮어 놓은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소름끼치는 그의 상상력에 늘 감탄을 하곤 한다. 그의 단편집「파라다이스」에서도 베르베르는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과거란 주제를 중심으로 우리가 늘 접하는 현실 속에 그 특유의 상상력과 인류에 대한 고민을 재치있게 녹여냈다「. 파라다이스」에는 환경에 해로운 행위를 조금이라도 하면 교수형을 당하는 사회나 오직 여자들만이 존재하는 세계, 꽃과 같은 방식으로 생식을 하는 기괴한 세계들이 등장한다. 그의 소설속 세계는 늘 이렇게 말도 안 되게 극단적이거나 모순적인 모습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파라다이스’ 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어찌 보면 그저 허무맹랑한 것 같은 그의 소설을 우리가 오히려‘아’하며 소름끼쳐 하는 이유는, 그의 이야기가 현실과 전혀 무관한 뜬구름 같은 상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늘 접하는 일상 속에서 한발 짝 더 나아가‘만약 ~하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발상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베르베르는 인류에 대한 다소 암울할 수 있는 고민을 역 추적하고, 쪼개고, 분석하고, 거기에 상상력을 더하여, 기발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전작인‘나무’나 내가 가장 좋아했던 소설‘파피용’보다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했지만, 여전히 놀라운 상상력과 그 특유의 톡톡 튀는 필체는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했다. 그가 바라는 파라다이스는 어떤 것일까. 그의 책을 읽은 뒤에는 언제나 사람과 자연에 대한, 가볍지만 진지한 고민이 남는다. 이것이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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