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처] 엔드게임으로 보는 마블의 성공신화
[본인컬처] 엔드게임으로 보는 마블의 성공신화
  • 허병욱 수습기자
  • 승인 2019.05.16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블 로고 (출처 : 위키트리)
마블 로고 (출처 : 위키트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11년 대장정의 마무리인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하 엔드게임)이 지난달 24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개봉했다. 엔드게임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CGV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의 서버를 다운시켰다. 이러한 사태는 MCU영화에 대한 한국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코믹스 회사에서 시작한 마블 엔터테인먼트(이하 마블)는 어떻게 영화시장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었을까?

코믹북 회사에서 영화제작사가 되기까지

마블의 시작은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블은 타임리 코믹스로 출발하여 코믹북 사업에 뛰어든다. 이후 자사의 가장 대표적인 잡지의 이름을 따서 마블 코믹스로 사명을 변경한 마블은 스텐 리(Stan Lee)의 주도하에 본격적으로 코믹북 시장을 점령해나가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판타스틱4>, <헐크>, <토르>,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닥터스트레인지>, <엑스맨>, <앤트맨>, <어벤져스> 등이 모두 이 시기에 등장한 만화이다. 이렇게 마블은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를 앞세워 당시 최고 매출과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이한다. 현대에 스텐 리를 마블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TV와 영화라는 새로운 영상매체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고, 코믹북의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이에 마블은 보유 중인 막강한 콘텐츠를 이용하여 T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블 프로덕션을 설립한다. 그리하여 TV 애니메이션과 영화로의 분야 확장을 모색한다. 이후 그 명칭을 마블 필름으로 변경했으며 1996, 드디어 지금의 마블 스튜디오로 재탄생한다. 이때부터 마블은 자사의 캐릭터를 활용한 영화제작을 꿈꾸기 시작한다.

파산의 늪에서

1996년 말, 코믹북 시장이 완전히 침체된다. 당시 마블의 전체 매출은 큰 폭으로 하락하며, 결국 파산을 맞이한다. 여기에는 마블 스튜디오에 대한 무리한 투자도 한 몫을 했다. 마블은 파산을 극복하기 위해 19986, 장난감 제조회사 토이비즈와 합병하여 마블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후 2005년 지금의 마블 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자금조달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마블이 파산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은 라이센싱 비즈니스 모델이다. 라이센싱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권의 부가가치를 올려 수익화화는 방법으로, 라이센싱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을 통하여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이때 마블은 자사의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고, 자사 캐릭터의 지적 재산권을 소니나 폭스와 같이 영화 자체 제작 능력을 보유한 회사에게 판매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들로 2000, 파산에서는 벗어났지만 근시안적 방법으로 인한 후폭풍이 일어난다. 마블의 핵심 자산인 캐릭터 소유권을 잃은 것이다.

캐릭터를 잃고 인지도를 얻다.

파산을 극복하기 위해 캐릭터의 지적 재산권을 판매한 마블은 자신들의 캐릭터로 성공을 거두는 다른 회사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다. 2000년 개봉한 폭스사의 <X-man>, 2002년 개봉한 소니사의 <스파이더맨>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지적 재산권을 판매한 탓에 마블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매우 적었다. 영화 자체 제작의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되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성공은 마블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해당 캐릭터들의 인기로 인해 마블이라는 브랜드는 단기간에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블 코믹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높아졌다. 침체되었던 코믹북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을 기회 삼아 마블은 오랜 꿈이었던 영화 자체 제작을 본격적으로 계획하게 된다.

마블 포스터 4종 (출처 : 한국경제)
어벤져스 포스터 4종 (출처 : 한국경제)

마블, 디즈니의 품에 안기다.

당시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자금이 없었던 마블은 메릴 린치(Merrill Lynch)로부터 5.25억 달러(한화 약 6,100억 원)를 지원받은 후, 재협상을 통해 다른 회사들에 팔아넘겼던 캐릭터 사용 권한을 되찾아 온다. 이때 마블의 품으로 돌아온 대표적인 캐릭터는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토르, 헐크 등이 있다. 그 후 마블의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에서 직접 제작한 첫 번째 영화인 <아이언맨>(2008)이 개봉한다.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만든 이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마블은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다. 마블의 매출은 증가했고, 시장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했다. 마침내 2009,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40억 달러(한화 약 46,700억 원)에 마블을 인수하면서 마블은 디즈니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마블은 <아이언맨>(2008)에서 <엔드게임>(2019)에 이르기까지 총 22편의 MCU영화를 제작했다. MCU는 각각의 독립적인 영화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하였으며, 서로 간 연속성을 공유한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MCU영화들은 전 세계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두었으며, 그중 6개의 영화가 전 세계 흥행순위 TOP20*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15.19억 달러(한화 약 17,000억 원)를 벌어들여 전 세계 흥행순위 6*를 차지하게 된다. 이로써 MCU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 프랜차이즈로 기록된다. 이러한 영화들의 지속적인 성공에 힘입어, 마블의 영화제작 담당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는 마블의 품을 벗어나, 20158월 디즈니의 자회사인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로 편입된다.

*(2018514Box Office Mojo 기준)

이처럼 마블은 산전수전을 겪으며 영화산업의 판도를 바꾼 대형 엔터테인먼트회사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이 되었던 독자적인 세계관이 <엔드게임>으로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다. 11년이라는 긴 서사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마블의 행보에 팬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본고의 기자도 마블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한편,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