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 패스트트랙이 뭐라고 이렇게 싸우는 거야?
[금단현상] 패스트트랙이 뭐라고 이렇게 싸우는 거야?
  • 전영재 수습기자
  • 승인 2019.05.16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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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단어 : 국회 패스트트랙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인간 띠를 만들어 회의 진행을 막고, 멱살잡이를 비롯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의원들끼리 욕설도 오가며 반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공구의 종류인 망치와 빠루까지 등장하며 국민에게 동물국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사태의 중심에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있다.

*빠루: 쇠지렛대

패스트트랙은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인해 처음 생겨났다. 대한민국의 법안 발의 과정은 법안 발의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순서로 이뤄진다. 보통 여야 간의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의된 법안의 대부분은 폐기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국회의장이 특정 법안을 본회의 표결에 바로 부칠 수 있었다.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면 다수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무력 저지가 자주 발생했다.

이처럼 다수당의 일방적인 입법을 막기 위해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부터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었다. 이 법으로 인해 국회의장의 권한은 제한되었으나 시급한 경우를 대비해 패스트트랙 제도가 생겼다. 예를 들어, 특정 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하면 발의 과정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는 최장 330일 이후 무조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법안이 폐기되는 경우를 막는 효과가 있다.

4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 중 핵심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이다.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로 국회의원의 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제한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법률안

내용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고 배분 방식을 50% 권역별 연동형으로 변경

형사소송법 개정안

경찰에게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 부여, 검찰의 수사 지휘권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

검찰의 고위공직자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공수처에도 부여

3가지 법안으로 인해 국회에서 오신환 사보임, 국회 경호권 발동 등의 사건이 있었다,

42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간사 오신환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며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했다. 이에 바른미래당 대표는 오신환에 대한 사보임(사임, 보임)을 결정했다. 이후 국회의장의 사보임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로 들어가 난동을 부렸고, 현재 문희상 국회의장은 저혈당 쇼크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그 후 사개특위 회의가 진행되는 사무실을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무력으로 가로막았다. 또한, 사개특위 소속 위원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42533년 만에 국회에 대한 경호권을 행사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지정된 이후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국회 밖으로 나와 장외 투쟁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 의원 고발을 시작으로 국회 내에서 자유한국당과 대치 중이다.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지만, 당 내부의 찬반 분열로 인해 의원들이 지도부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캐스팅 보트: 법안 통과를 좌우할 수 있는 인원이 있는 제 3당의 힘

현재 국회는 본회의 주최 횟수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것의 원인이 어느 한쪽에 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당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고, 미세먼지, 최저임금과 관련된 민생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받을 혜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의무 중 하나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국민의 봉사자로서 일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이 의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하루빨리 국회가 봉사자로서의 의무를 다할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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