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들의 행복한 근로환경을 꿈꾸는 청년을 만나다
여성 노동자들의 행복한 근로환경을 꿈꾸는 청년을 만나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9.08.01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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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에 근무 중인 여성 청소노동자 13명 만나 연구 진행
유형섭 학생 (의학·4)
유형섭 학생 (의학·4)

 

대한민국 2018년 산재 재해자 수는 총 102천명, 산재 사망자 수는 총 2천여 명이다. 이는 OECD 평균 사망률의 3배 정도로 아주 심각한 수준이며 아직도 주변 노동 환경에는 산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더불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결되지 않는 고용 불안, 복지 혜택의 부재, 그리고 남녀 노동자의 차별문제에서 고통 받고 있다.

평소 여성 노동자의 안전에 관심 있던 유형섭 학생(의학·4)4학년 초에 주어지는 선택실습 기회를 통해 3월 한 달 동안 노동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였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님의 지도하에 시행한 이번 연구는 서울성모병원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13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서 이루어졌다. 근무 시간 및 휴식 시간 보장 여부, 휴게 공간 확보 및 인권 침해경험 등의 이야기와 더불어 건강실태 및 직무 스트레스까지 근로실태 전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18일 학교에서 진행한 옴니버스 캡스톤: 진로 및 관심분야 발표제연구 발표회에서 그는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수상을 하였다. 유형섭 학생(의학·4)을 만나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그리고 그가 그리고자 하는 미래에 대해 들어 보았다.

Q1 이번 연구를 하고자 했던 특별한 동기가 있나?

2017년 우연한 기회로 캐런메싱의 보이지 않는 고통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가 고발하고자 한 현실은 기본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노동력을 다르게 여기며 성별 분업이 난무한 사회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덜 위험한업무를 담당하는 것처럼 비추어져 여태껏 과학계와 직업 건강 관련 분야에서 여성이 행하는 노동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허나 여성들이 주로 하는 좁은 공간에서의 빠르고 반복적인 업무는 결코 연구에서 배제할 만한 정도의 노동정도가 아닙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을 적게 받거나 성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그들만의 고충을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가까이에서 청소해주시는 여성 노동자분들로 첫 연구 대상을 잡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이슈화 된 점과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이 힘을 합쳐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휴게실을 지어준 사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저에게 올게 왔다라는 느낌이 든 순간이었죠.

Q2. 이번 연구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무엇인가?

크게 3가지 정도 목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청소 노동자의 가시화입니다. 병원 뿐 아니라 모든 건물에는 청소노동자분들이 계시며, 그들 덕에 건물 내 시설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대부분 드러나지 않습니다. 주로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을 때 근무를 하기 때문이지요. 이들처럼 세상에는 필수적이지만 가려진 노동자들의 경우 부당하게 착취를 당해도 시스템에 항의할 목소리를 얻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들을 가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노동 및 건강 실태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높고 이에 따른 정규직 노동자와 임금 및 근로 조건에서 차별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삶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겪는 세상의 맨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아는 것이 공감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저도, 또 연구를 접하는 사람도 공감을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을 모아 약자가 덜 고통 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Q3. 이번 연구를 진행해본 뒤 연구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연구 후에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이번과 같이 집단 면접을 통한 연구는 처음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설문지를 돌리거나 객관적인 지표를 추출하는 연구를 했다면, 이번에는 그들과의 소통을 통한 연구였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단순히 정량분석, 정성분석이라는 이름으로만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 결과가 데이터로 존재하느냐 사람으로 존재하느냐였습니다.

사람으로 다가가니 제가 지금까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하기 전에는 그들을 마냥 억지로 힘들어도 일을 하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시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하지만 막상 면접하고 보니 그들은 아무리 힘들고 고된 일이더라도 사회적인 약자라는 구조에 매몰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이어나가는 존재였습니다.

, 사람에겐 단순히 소수자로서 고통 받는 삶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면이 있는 것이었죠. 제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고통을 전시하기보다는 그들 옆에 누워서 그들이 바라보고 느낀 바를 정교하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Q4 이번 연구를 어떤 방향으로 확장시켜보고 싶은가?

노동 환경 전체에 대해 알 수 있으려면 하청 노동자들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안 되며 더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청업체 소장, 병원의 입장, 그리고 병원이나 건무에 종사하는 분들도 추가적으로 듣는다면 더욱 총괄적인 연구가 될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하청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동인원 감축과 같은 움직임, 이에 대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사례 및 투쟁방식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Q5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꿈을 물을 때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을 1g이라도 줄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 사람이 완전히 사회를 뒤바꾸는 것은 힘들어도 주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기 때문에 모두의 힘을 합친다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수자들이 느끼는 차별을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저만을 위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회에 의해 고통 받는 존재가 있다면 그들의 편에 서서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흘러가는 삶이 아닌 어느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관심 있는 분야를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면 4학년 선택실습 과정 및 연구기회를 활용해 실천화 해보는 것을 추천하였다. 그는 꿈이 있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나가는 사회의 저력을 믿는다. 때문에 오늘도, 앞으로도 그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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