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장에서 지켜본 유벤투스 사태
[르포] 현장에서 지켜본 유벤투스 사태
  • 허병욱 수습기자
  • 승인 2019.08.09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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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출처_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큰 기대와 철저한 준비, 결전의 날이 밝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726, 호우주의보로 인해 경기가 취소될까 걱정하며 준비를 서둘렀다. 기대하던 K리그 올스타팀과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주최 측의 문자를 받은 후에야 시름을 덜 수 있었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서 잠시 강남의 한 아디다스 매장을 찾았다. 지하철역과 강남 거리에서부터 축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매장에도 유벤투스의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모여든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새로 구매한 유벤투스의 유니폼과 기자의 홈팀인 강원FC 유니폼까지, 철저한 준비 끝에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의 상암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현장은 이미 축제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른 상태였다. 티켓 교환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다양한 푸드 트럭과 노점상들이 앞 다투어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월드컵경기장역에서는 경기 후 복귀차편을 미리 준비하여 혼잡을 줄이자는 현수막과 안내역무원분들이 수많은 인파를 맞이하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부푼 기대를 안고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입구에서는 다회용 세미텀블러와 부채를 나누어주었고, K리그 유니폼을 준비해간 덕에 응원 타월(towel)도 받을 수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선수들이 준비운동을 위해 그라운드에 등장하지 않았다.

매우 차분한 경기장 분위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새 경기 시작 시간인 20시를 넘어갔다. 경기장 전광판에는 유벤투스 구단의 사정으로 인해 경기 시작이 지연된다는 사과 문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쳐갈 쯤, 드디어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하늘을 뚫을 것처럼 울려 퍼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에 놀랄 정도였다.

골 찬스와 골이 터질 때만 환호성과 탄성이 이따금씩 나올 뿐 그 어떤 응원도, 관객의 호응을 위한 북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올스타팀이다 보니 마땅한 응원 구호가 없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기자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은 이렇게 조용한 축구 경기는 처음 본다누가 사람들 조용히 시켰나? 오페라를 보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섞인 농담을 내뱉기도 했다. 몇몇 관중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민국구호의 응원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노쇼, 호날두

경기장의 부정적인 분위기는 경기 막바지에 정점을 찍었다. 경기가 거의 끝나감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요지부동, 그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전광판에 호날두가 잡힐 때마다 터지던 환호성은 어느새 야유로 바뀌었다. 관중들에겐 더 이상 축구 경기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경기장에는 22명의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었지만, 관중들은 그저 호날두의 교체출전만을 바라고 있었다. 심지어 교체선수가 나가고 들어올 때조차 그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않고 호날두의 이름을 연호했다. 결국 호날두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경기는 33으로 끝이 났다. 호날두의 결장도, 관람객들의 격한 표현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행사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호날두의 태도 논란, 주최사인 더페스트상대 단체 손해배상청구소송,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광고 등 많은 논란을 남기며 끝이 났고, 한국의 많은 축구 팬들에게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깊은 흉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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