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 개강!
[사설] 오, 개강!
  • 김보영 교수 (심리학)
  • 승인 2019.09.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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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교수 (심리학)
김보영 교수 (심리학)

여름내 한산했던 교정에 선선한 날씨와 함께 학내 구성원들이 가득하다. 개강이다. 여름방학 버킷리스트를 얼마나 지우셨는지요? 방학이든 개강이든 누구에게나 시작이므로 학생들은 설렘과 더불어 많은 계획을 세우곤 한다. 단지 방학 중에는 휴식에 초점이 더 있다면, 개강 후에는 학업과 같은 당면 과업에 중점을 두게 된다. 학생 시절의 나 또한 그 얼마나 방대한 계획을 세웠던가?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아 시간에 달달 쫓기던 그 시절에 알았더라면 좋았던 사실이 있다. 개강과 함께 굳게 다짐하는 무수한 계획들은 사실 완수를 위해 근면과 성실이 필수겠지만, 그보다는 --중강-과 같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새학기의 더 나은 성취를 위한 완급 조절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의 뇌에서 학습이 효율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휴식이 필수이다. 그 학습이 전공 공부든, 다른 어떤 새로운 경험을 습득하는 과정이든 말이다.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를 떠올리면 왜 휴식이 필수인지 이해가 정말 쉽다. 초두효과란, 뇌에 제일 처음 입력된 정보들이 가장 기억에 잘 각인된다는 것이다. 최신효과도 유사한다. 최신효과란, 뇌에 가장 마지막에 입력된 정보들이 가장 잘 처리된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과업을 잘 완수하기 위해 휴식을 적절히 해야 하는가? 신체적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도 휴식은 물론 중요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의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똑똑하게 쉴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할 일이 많고, 바쁘고, 마음이 급한데 어떻게 쉴까 싶다면, 부담을 내려놓으시라. 휴식은 우리에게 주어진 전체 시간 중 초두효과가 일어나는 시간의 머리와 최신효과를 발동시키는 시간의 꼬리를 만들어준다. , 휴식을 통해 뇌는 더 활성화되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기억한다. 아주 오랜 시간을 소요할 필요도 없다. 뇌에 휴식이라는 자극을 제공할 정도의 작은 행동으로도 충분하다. 가령,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졸릴 때 이를 닦는다든지 예쁜 우리 교정을 간단하게 산책하든지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신체의 피로도가 높을 때에는 물론 더 적절한 휴식이 필수겠지만, 마음이 다급할 때에는 돌아가라는 말처럼 나에게 쉼표를 주자.

때때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사실 하나는 우리는 휴식이 주는 달콤함과 이로움에 대해 이미 잘 알면서도 무위(無爲)에 대해 상당한 죄책감을 보고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지 않음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나 자신을 위해 정당하게 쉬는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불편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기억하자. 엄격한 자기검열은 강--중강-약 완급 조절을 방해할 뿐더러 개강과 더불어 야심차게 준비한 체크리스트들을 지워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92학기 개강! 학생 여러분들이 젊음의 한 가운데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아름다운 학기를 보내기를 바랍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예쁜 쉼표를 잘 찍어 주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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