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한산했던 교정에 선선한 날씨와 함께 학내 구성원들이 가득하다. 개강이다. 여름방학 버킷리스트를 얼마나 지우셨는지요? 방학이든 개강이든 누구에게나 시작이므로 학생들은 설렘과 더불어 많은 계획을 세우곤 한다. 단지 방학 중에는 휴식에 초점이 더 있다면, 개강 후에는 학업과 같은 당면 과업에 중점을 두게 된다. 학생 시절의 나 또한 그 얼마나 방대한 계획을 세웠던가?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아 시간에 달달 쫓기던 그 시절에 알았더라면 좋았던 사실이 있다. 개강과 함께 굳게 다짐하는 무수한 계획들은 사실 완수를 위해 근면과 성실이 필수겠지만, 그보다는 “강-약-중강-약”과 같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새학기의 더 나은 성취를 위한 완급 조절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의 뇌에서 학습이 효율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휴식’이 필수이다. 그 학습이 전공 공부든, 다른 어떤 새로운 경험을 습득하는 과정이든 말이다.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를 떠올리면 왜 휴식이 필수인지 이해가 정말 쉽다. 초두효과란, 뇌에 제일 처음 입력된 정보들이 가장 기억에 잘 각인된다는 것이다. 최신효과도 유사한다. 최신효과란, 뇌에 가장 마지막에 입력된 정보들이 가장 잘 처리된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과업을 잘 완수하기 위해 휴식을 적절히 해야 하는가? 신체적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도 휴식은 물론 중요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의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똑똑하게 쉴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할 일이 많고, 바쁘고, 마음이 급한데 어떻게 쉴까 싶다면, 부담을 내려놓으시라. 휴식은 우리에게 주어진 전체 시간 중 초두효과가 일어나는 시간의 머리와 최신효과를 발동시키는 시간의 꼬리를 만들어준다. 즉, 휴식을 통해 뇌는 더 활성화되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기억한다. 아주 오랜 시간을 소요할 필요도 없다. 뇌에 휴식이라는 자극을 제공할 정도의 작은 행동으로도 충분하다. 가령,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졸릴 때 이를 닦는다든지 예쁜 우리 교정을 간단하게 산책하든지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신체의 피로도가 높을 때에는 물론 더 적절한 휴식이 필수겠지만, 마음이 다급할 때에는 돌아가라는 말처럼 나에게 쉼표를 주자.
때때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사실 하나는 우리는 휴식이 주는 달콤함과 이로움에 대해 이미 잘 알면서도 무위(無爲)에 대해 상당한 죄책감을 보고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지 않음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나 자신을 위해 정당하게 쉬는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불편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기억하자. 엄격한 자기검열은 강-약-중강-약 완급 조절을 방해할 뿐더러 개강과 더불어 야심차게 준비한 체크리스트들을 지워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9년 2학기 개강! 학생 여러분들이 젊음의 한 가운데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아름다운 학기를 보내기를 바랍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예쁜 쉼표를 잘 찍어 주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