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윗날만 지나가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윗날만 지나가라
  • 김도연 기자
  • 승인 2019.09.16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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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아이와 어른은 저마다의 이유로 들뜬다. 아이들은 용돈 받을 생각에, 어른들은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회포를 풀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추석을 기다린다. 이렇게 모름지기 추석이란 가족들과 친지들이 만나 서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야 할 명절을 뜻하지만, 추석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마냥 즐거운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례상 차림, 음식 준비, 설거지, 청소 등 고된 명절 가사노동을 걱정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명절 가사노동 없이 푸짐한 명절 밥상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 집 명절 풍경도 별 다를 바 없다. 우리 집 추석은 집안 가득한 전 냄새와 함께 시작된다. 맏며느리인 어머니는 추석 당일에 모일 식구들의 한 끼 식사를 위해 3일 전부터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잡채, , 갈비, 각종 반찬, 찌개, 탕 등 요리를 만드신다. 추석 당일이 되면, 모두가 상에 앉아 맛있게 식사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부족한 밥과 국, 반찬 등을 나르신다. 식사가 끝나도 명절 가사노동은 끝난 게 아니다. 과일을 깎아 대접하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까지 끝낸 후에야 부엌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드시며 겨우 한숨을 돌리신다. 아버지가 옆에서 일을 분담하시지만, 대부분 일은 어머니가 맡게 된다. 이렇게 우리 집 추석은 어머니 지친 모습과 함께 지나간다.

흔히들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라 말하지만, 모두속에 누군가는 소외되어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있기에 행복한 명절 풍경이 연출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더 우울한 건, 즐거운 명절 풍경 속에서 소외된 몇몇 사람들이 그리 특별하지도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굳어져 버린 이러한 명절 풍경은 위화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고 어찌 보면 당연한 그림이 돼버렸다. 다만, ‘매년 반복되는 여러모로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것이 과연 옳을까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하긴 꺼려진다. 누군가의 고생이 수반되어야만 유지되는 명절 풍경이라면 굳이 이어가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추석 즈음이 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귀에 들려온다. 이는 팔월 추석날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 듯, 한평생을 이처럼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한 속담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담이 무색하게도 누군가에겐 추석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힘겨운 D-day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번 추석은 서로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배려하는 태도를 갖춰 한결 편안한 명절 풍경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음식 만드는 일을 같이하거나, 반찬 나르기 혹은 설거지 등을 적절히 분담한다면 모두에게 즐거운 추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외되는 이 없이, 누구에게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가위만 같은 추석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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