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 품격도, 수준도 낮아진 인사청문제도의 민낯
[금단현상] 품격도, 수준도 낮아진 인사청문제도의 민낯
  • 전영재 기자
  • 승인 2019.10.02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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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인사청문제도 개선

 

맹탕 청문회’, ‘가족 청문회와 같은 비판을 받으며 진행된 인사청문회가 지난 9일 끝이 났다. 본래 인사청문제도는 공직 후보자의 인사적합성·업무능력·인성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어 많은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여론을 끌어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매우 나쁘다. 도대체 이번 청문회 기간 중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론이 완전히 뒤바뀌었을까?

신상털기, 막말, 출석 거부와 자료 미제출로 얼룩진 인사청문회

후보자에 대한 어떠한 검증이나 비판이 규명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주변만 때리고 가족만 망신 주고 흠집 내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내용을 위와 같이 평가했다.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언급된 주요 쟁점은 조국 후보자 딸 의혹 조국 후보자 사모펀드 투자약정 논란 조국 후보자 아내 의혹 학교법인 웅동학원 논란이다. 본래 청문회는 후보자 본인과 관련한 의혹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지만, 위 쟁점들은 모두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문제다. 청문회 기간 중 후보자 본인의 도덕성과 직무수행능력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일 진행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 1저자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장관의 후보자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청문회와 전혀 상관없는 조국 후보자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도중 후보자에게 막말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직 미혼인 것으로 아는데,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출산을 안 하는 것이라며 국가에 대한 책임도 다하라고 말하여 청문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후보자와 청문회 증인들의 비협조적 태도 역시 문제가 됐다. 조국 후보자 청문회의 경우 증인 11명 중 단 1명만 출석을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아 청문회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문제 발생 원인과 개선 방안은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은 국회가 인사청문제도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청문회 시기를 늦추고 언론을 통한 인신공격으로 후보자와 여당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했다. 국회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청와대의 태도 역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장관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기에 사실상 청문회의 적격·부적격 판정은 무의미하다.

이에 대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투데이에 기고한 칼럼에서 인사청문회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다 세부적으로 작성하고, 미국과 같은 비공개 도덕성 검증과 공개 정책 검증을 골자로 하는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기간 중 51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모두 본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기에 개선 가능성은 미지수다.

청문회에 대한 불신은 이미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후보자는 청문회에 맞는 책임감을 느껴야 하며, 국회는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청와대 역시 인사청문회 결과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대승적 차원의 움직임이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모든 정치인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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