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달 10월, 관계 속에서 나를 찾는 예술여행을 떠나자
문화의 달 10월, 관계 속에서 나를 찾는 예술여행을 떠나자
  • 임학순 교수 (미디어기술콘텐츠학)
  • 승인 2019.10.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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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학순 교수 (미디어기술콘텐츠학)
임학순 교수 (미디어기술콘텐츠학)

 50대 중반, 여전히 아집으로 꽉 차 있는 초라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쩌다 나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의 관계에 대해 등한시하는가? 평생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오신 어머니에 대해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는가? 어머니는 누구인가?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막상 질문을 던지고 나서, 나는 더 막막해졌다. 표피를 싸고 있는 지식을 벗겨내니,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황했다. 그 때 알베르토 자코메티 조각가의 전시회를 찾았다. 허무와 생명이 공존하는 평범한 실존의 삶에서 위대한 의미를 추출하고, 형상화하는 자코메티가 보였다. 불안, 고독, 상처 속에도 아랑곳없이 꿋꿋이 삶을 살아내는 모습의 위대함이 조각 작품에 담겨있었다. “우리는 모델을 우리가 아는 대로가 아닌 우리가 보는 그대로 그려야 한다는 자코메티의 글귀가 영감을 주었다. 아는 대로 어머니를 보려고 했던 내가 우둔해 보였다. 걸어가는 사람 Walking Man앞에 섰다. 길고, 날씬하다. 뼈만 남았지만, 그대로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 자코메티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뭐라도 해야 한다. 불확실하고 앞이 깜깜해도 뭐라도 해야 한다.” 나는 어머니와 기억 여행을 떠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 노름으로 논, , 나무, 집이 날아갔다. 산비탈만 남았다로 시작하는 생애 이야기 시집 정례가 시집와서 오남매를 낳았다를 출판했다. 자코메티, 그리고 자코메티의 영혼이 담긴 조각들. 어머니의 실존을 좀 더 깊게 이해하는 방법을 깨우쳐 주었다.

 우편배달부 마리오는 시인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전달해주면서 시() 세계를 만난다. 시가 인간을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 일포스티노(The Postman, 1994) 이야기다. 마리오는 시를 알아가면서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사회를 깊이 알아가게 된다. 그래서 시는 인지과정이며, 삶의 거울인 것이다. 매튜 카이란은 책 예술과 그 가치 Revealing Art에서 예술은 우리를 확장시키며 우리의 내적인 삶을 깊이 있게 한다고 했다. 요사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대학생들이 부쩍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 욕구 분출을 제한하는 경제적 부담감. 나는 연구실을 찾는 대학생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갖기를 추천한다. 예술적 경험이 힘듦의 근원을 이해하고, 이를 생동하는 삶의 요소로 승화시킬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활동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국가와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문화행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정부의 문화정책 패러다임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모두를 위한 문화정책에서 사람” “개인을 위한 문화정책으로 심화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는가가 문화정책에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달. 10. 예술적 경험을 통해 나를 좀 더 깊게 성찰하는 시간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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