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CMC] 이승재 - 성의 의학도서관 사서선생님
[Humans of CMC] 이승재 - 성의 의학도서관 사서선생님
  • 김다영 기자
  • 승인 2019.10.08 19: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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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교정을 오고 갈수록 익숙한 얼굴이 늘어난다. CMC (Catholic Medical Center)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보고 스치지만, 이 중 정말 만났다고 할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성의교정 기획 코너 ‘Humans of CMC’에서는 CMC를 이루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다가오는 중간고사에 도서관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사서 선생님을 만나지만,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도서관 특성상 긴 대화를 나누긴 어렵다. 이에 Humans of CMC’에서 성의회관 10층 의학도서관의 이승재 사서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승재 사서 선생님.
이승재 사서 선생님.

 

어떤 일을 하시나요?

성의교정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이승재입니다. 저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20129월에 입사했어요. 데스크에서 이용자분들의 질문에 답해드리는 참고 봉사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어요. 학생들의 질문은 아주 다양해요. ‘도서관은 언제 여나요’, ‘책은 몇 권까지 대출할 수 있나요?’ 등의 간단한 이용 안내 질문을 하기도 하고, 학술 정보 주제 검색을 요청하기도 해요. 대학원생, 연구원분들이 논문 쓸 때 필요한 툴도 지원해드리고 있고요. 이 외에 기타 업무도 다 맡고 있습니다. 왜냐면 제가 여기서 막내거든요.

사서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과 교수님의 영향이 컸어요. 교수님이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서 굉장히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원래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문헌정보학과에 가서도 사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학교를 다니다보니까 사서가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사서라는 직업은 한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걸쳐 이야기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다양한 주제를 여러 사람과 많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직업이라서 선택하게 됐어요. 현재는 의학 전문 서적과 의학 분야에 특화된 데이터베이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이용자분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기본적인 부분은 알아야 하니까요.

평소에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그게 제일 곤란한 질문인데요. 책이 많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니까 매일같이 책을 읽겠지, 퇴근하면서 책을 가져가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독서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웃음)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로 코엘로랑 알랭 드 보통이에요. 학생 때 파울로 코엘로의 <연금술사>를 읽었는데, 책에 나오는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 참 좋았어요. 항상 그 말을 신뢰해요. 저도 온 우주가 다 도와줘서 여기 들어왔구나 생각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기도 하고요. 파울로 코엘로의 첫 번째 책 <순례자>를 읽고 기회가 닿아 산티아고 순례길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어요. 알랭 드 보통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참 재밌어요. 철학적인 내용을 일상적인 내용으로 풀어내는 게 신선해서 좋아하는 작가예요.

사서일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너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은데. 즐거웠던 순간도 있고 슬펐던 순간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좋았던 순간은 제가 입사한지 얼마 안 돼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난 뒤에 감사합니다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 그때 굉장히 기분 좋게 퇴근했어요. 사서라는 직업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못하면 이상한 게 돼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해도 대부분이 바쁘시기 때문에 답변을 받으면 사실상 그걸로 끝이죠. 저만 해도 어딘가에서 답변을 받았을 때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같은 메일은 잘 안 보내는 편이니까요. 그런데 교수님 한 분께 감사합니다이렇게 아주 짧게 메일 회신이 온 적이 있어요. 그 메일을 받은 날, 정말 기분 좋게 퇴근했던 게 기억나네요.

본교에서 공부하셨던 명예교수님 한 분은 퇴직 후에도 도서관에 자주 오셔서 고전 명작을 즐겨 보셨어요. 그동안 바빠서 이런 책을 잘 못 봤는데 다시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오시더니 어느 날 부고가 뜨더라고요. 교수님이 보셨던 책이나 나눴던 대화들이 떠오르면서 슬프고 아쉬웠죠.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늘 후배들이나 아는 동생들을 만나면 꿈이 있냐고 물어봐요. 꿈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아서요. 퇴근해서 가만히 있다가 시간이 되면 또 출근하고 퇴근하는. 이런 삶이 좋진 않다고 생각해서 꿈은 늘 꾸고 있죠. 지금의 꿈은 배 안 나온 아저씨가 되는 거예요(웃음). 아직 은퇴는 한참 멀었지만, 그때 되면 뭘 할까 많이 생각해요.

현재로선 더 나은 사서가 되고 싶어요. 모르는 게 있을 때 ! 그거 성의교정 의학도서관에 물어보면 돼!’라고 해주시는 분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사서는 전문성을 요하는 일임에도 아직까지 국내에선 인식이 높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인식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요. ‘사서라고 했을 때, ‘저기 앉아있는 아저씨는 책 빌려주는 아저씨야, 음료 못 들고 오게 하는 아저씨야라는 반응 대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해요. 이런 것들을 꿈꿔요.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이용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도서관 방문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고 왔으면 좋겠어요. ‘연체하지 마라, 책 찢지 마라, 음식 갖고 들어오지 마라같은 말도 일단은 오셔야 할 수 있는 말이잖아요. 자주 오셨으면 좋겠어요. 도서관 방문이 일상이었으면 해요. 저희가 지나가다 편의점에 들러서 뭘 하나 사먹듯이 도서관에 와서 간단하게 책 하나 펼쳐보고 쉬다갔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에서 책 냄새만 계속 나는 건 별로더라고요. 사람냄새가 같이 풍기는 장소였으면 해요. 책 보러, 쉬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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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베어 2019-10-14 15:33:07
아이스베어 글 마음에 든다 아이스베어 시험기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