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되감기] 말에 담긴 혼
[필름 되감기] 말에 담긴 혼
  • 나근호 기자
  • 승인 2019.10.16 21: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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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모이' 속 한장면 (출저_NAVER영화)
영화 '말모이' 속 한장면 (출저_NAVER영화)

 

사람이 모이면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면 뜻이 모인다.”

판수는 까막눈이지만 넉살이 좋고 언변이 뛰어나다. 그에 반해 정환은 책방을 할 만큼 국어에 해박하지만 성격은 딱딱하다. 이렇게나 다른 배경과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의 뜻을 하나로 모은 일이 있다. 바로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작업이다. 엄유나 감독의 <말모이>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다.

국어의 보급은 국가의 소장을 보여주는 문화적 무기라는 것을 알았던 일본은 1930년대 말부터 한글에 대한 말살정책을 시작했다. 조선어와 한글을 사용하고 교육하는 것을 금지했고 각종 논문과 실용문에서의 한글 사용을 전면 통제했으며 조선어학자를 박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런 집요한 말살정책에도 오늘날 우리말이 건재한 이유는 이를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선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을 배워가는 판수 (출저_NAVER영화)
한글을 배워가는 판수 (출저_NAVER영화)

 

벤또나 도시락이나 배만 차면 그만이지라고 말하던 판수는 조선어학회에서 처음 기억, 니은, 디귿을 배우며 신세계를 경험한다. 과거에는 그저 지나쳤던 간판들, 흘려들었던 사람들의 말이 다가오며 그는 한글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판수는 친구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며 뿌듯해하고, 딸에게 한글 노래를 불러주며 한글을 사랑하자는 마음을 전달한다. 그리고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본인에게는 분노하며 때리고, 휘갈기며울분을 토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말을 모으고 마음을 모아 우리말을 지킨다는 하나의 뜻을 이뤘다. ‘한글날이라고 하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흔히 떠올린다. 그러나 어떠한 것을 지키는일은 만드는 일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한글날을 맞아 당연하게 쓰이는 아름다운 우리말 이면엔 수많은 땀과 피가 묻어있다는 감사한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정환과 판수의 딸 순희 (출저_NAVER영화)
정환과 판수의 딸 순희 (출저_NAVER영화)

 

오늘날 한글은 새로운 위기를 맞이했다. 비속어 사용은 늘어가고, 외래어는 소중한 우리말을 대체하고 있다. 선조들은 한글을 일제 강점기로부터 목숨을 걸고 지켜냈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가 아닐까? 한글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것은 과거 선조들만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일이기도 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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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돌이 2019-10-18 01:35:11
우리말을 사랑하자는 좋은 취지가 담긴 글이네요~! 인상깊게 기사 잘 읽었어요!! 앞으로도 기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