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되감기] ‘조커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필름되감기] ‘조커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 정은수 수습기자
  • 승인 2019.11.02 12: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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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영화 조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광대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실하지만 가난한 청년이다. 그러나 세상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에게 각박할 따름이다. 존경하는 코미디언은 그의 스탠딩 코미디 영상을 공개적으로 비웃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사회에 적응하려 나름대로 노력했던 그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며 그를 괴짜라고 조롱할 뿐, ‘그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는 철저히 외면당한다.

 

왼손으로 자신의 고충을 적는 아서 플렉. (출처_구글 이미지)
왼손으로 자신의 고충을 적는 아서 플렉. (출처_구글 이미지)

 

정신질환의 가장 나쁜 점은 남들이 정신질환자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조커>DC코믹스의 대표적인 악당 캐릭터인 조커의 탄생 서사를 그린다. 영화 속 주인공은 조커가 되기 전인 아서 플렉이다. 그는 열심히 살아가지만 불행은 연달아 겹치고 사회로부터 소외되며 정신질환을 앓는다. 점점 고립되면서 그는 끝내 고담시의 조커로 변모한다.

아서 플렉의 정신질환

극중 아서 플렉이 앓고 있는 질환은 감정실금이다. 감정실금은 뇌혈관계 장애 또는 전전두엽의 손상으로 감정 조절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영화 속 아서 플렉은 어린 시절 지속된 학대로 뇌에 충격을 받아 감정실금에 걸린다. 그는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웃음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영화에선 버스에서 발작적인 웃음을 터트려 다른 승객에게 오해를 산 그가 자신의 병증을 설명하는 카드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아서는 '감정실금'으로 인해 갑작스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출처_구글 이미지)
아서는 '감정실금'으로 인해 갑작스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출처_구글 이미지)

 

과연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현재 감정실금은 의학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2010년에 미국 식약청에서 승인한 뉴덱스타가 감정실금의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 고담시에서의 아서 플렉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현병 환자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조울증 환자가 정신과 의사를 흉기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던 일 등 우리는 뉴스에서 정신질환자들의 피의 사실을 쉽고 자극적이게 접한다.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실제로 2015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자 202731명 중 강력범죄자는 35139명으로 1.7%를 차지했지만, 전체 정신질환 범죄자 7008명 중 강력범죄자는 781명으로 11.1%를 기록했다. 이 수치만 보면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일반인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다고 해석될 수 있지만 이는 통계해석의 오류이다.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로 환산하면 전체 평균은 68.2명인 반면 전체 정신질환자 232만명 대비 강력 범죄자는 33.7명으로 일반인 강력범죄자 보다 훨씬 적다. 강력범죄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정신 병력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신질환자는 폭력적일 거라는 우리의 편견이 반영된 결과이다.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 자체가 범죄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받지 못하고 사회로부터의 고립되는 현상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 개봉 후 인터넷에서는 영화 속 조커의 행위를 모방하는 이른바 조커병이 유행하고 있다. ‘조커병이란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트리거나 춤을 추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영화 속 조커는 자신의 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 정신질환도 신체질환과 같은 질환일 뿐이다. 정신질환자를 이상하게 여기기 전, 그들의 고통을 헤아리려 노력한다면 정신 질환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정신 질환자의 아픔을 희화화하는 것을 지양하겠다는 의식적인 노력은 평범한 사람이 악당으로 변모하는 비극을 막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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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수 2019-11-05 17:08:09
그리고 왜 통계 오류인지는 모르겠어요. 정신병자들의 범죄율이 낮은건 알겠지만, 정신병자 범죄자중 강력범죄자 비율이 높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지 않나요? 존속범죄중 강력범의 경우 통제력이 떨어지는 조현병 환자의 가족에 대한 우발적 범죄가 많죠. 그들은 대부분 사회 시스템 안에서 관리받지 못하고요. 규제와 관리는 다른 듯 비슷하죠. 정신병자들을 규제한다는 말은 부정적으로 보면 사회적 스티그마를 강화한다고 읽힐 수 도 있는데 복지 차원에선 적절한 치료와 자활을 시스템 안에서 구체화 한다는 말도 되죠.

이승민 2019-11-03 13:13:33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