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elf of CMC] 의료계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장현종 교수에게 책은 최고의 선생님이다
[Bookshelf of CMC] 의료계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장현종 교수에게 책은 최고의 선생님이다
  • 윤지수 기자
  • 승인 2019.12.07 1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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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연 인공지능과 공존할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에 정복당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미래에나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해답을 결정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다. 우리가 역사의 큰 획을 그을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63, 알파고는 이세돌 구단을 이겼다. 많은 사람들은 알파고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똑똑히 보여준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바둑뿐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미래의 큰 축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딥러닝의 거장이라 불리는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16년 한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5년 안에 딥러닝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능가할 것은 자명하다라고 말했다.

장현종 교수의 모습.

 

장현종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가자 책장이며 책상이며 할 것 없이 책으로 꽉 차 있었다. 책에 파묻힌 공간도 물론이지만, 책 속에 빼곡히 적힌 메모들과 표지 모서리 쪽에 그려진 별표들이 눈에 띄었다. 범상치 않은 표식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AI시대의 도래, 다시 찾은 꿈

의과대학생 시절부터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았어요. 벌써 20년 전 즈음이네요. 그때 제가 내린 결론은,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공부라는 거였어요. 지금처럼 정보가 개방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꿈을 접고 2005년에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마친 뒤 생리학교실에서 연구자의 길을 걸었죠. 그런데 2017년 초에 유튜브로 제프리 힌튼의 강연을 보게 됐어요. 나의 연구 분야도 인공지능으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인공지능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책은 최고의 선생님이다

저는 혼자서 책으로 인공지능을 배웠어요. 책으로 배울 수 없는 분야는 없다는 게 제 신조예요. 효율성은 좀 떨어질 수 있지만요. 한 분야를 책으로만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30권 이상을 읽으면 못 배울 게 없어요. 단계별로 수많은 책이 있잖아요. 작가마다 포커스도 다 다르고요. 물론 요새는 구글, 유튜브 등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지만 책만큼 체계적일 수는 없다고 봐요.

세상에 무의미한 책은 없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편이고, 모든 장르의 책을 좋아해요. 만화책도 좋아하죠. 서점에 가면 제목이 끌리는 책은 일단 사요. 지금까지 책에 들인 돈이 수천만 원일 것 같아요. 그런데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능가해서 사놓고 안 읽은 책도 수천만 원 어치죠. 수많은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세상의 무의미한 책은 없다는 거예요.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든지,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든지 읽기 나쁜 책은 있지만 그 책들에서조차 배울 점이 있어요. 주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읽었던 책에 별점을 매겨요. 이 책을 읽고 내 지식이 얼마나 늘었는가에 따라서요. 별점 1개를 준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사라지는 직업, 왜 영상의학과 의사인가

아르키메데스는 긴 지렛대와 받침점만 주면 지구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지요. 딥러닝을 아르키메데스에, 데이터를 지렛대에 비유할 수 있어요. 충분한 데이터만 있으면 딥러닝은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죠. 지금까지 데이터를 가장 잘 축적해온 집단이 바로 병원이에요. 환자의 정보가 컴퓨터에 다 저장되어 있잖아요. 그동안 누적된 데이터가 부메랑처럼 인공지능의 역습으로 돌아오는 거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편리를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곳도 병원이에요. 인공지능이 잡일을 대신해주면 업무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고,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도 있어요. 가까운 미래에는 분명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의사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황금기가 찾아올 거예요.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 조절할 필요 있어

인간은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을 맹목적으로 추구해요. 그게 바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예요. 지나간 역사를 보아도 그래요. 러다이트 운동처럼요. 역사 속에서 진보를 막으려는 노력은 성공한 적이 없어요. 발전이야말로 통제할 수 없어요. 발전을 멈출 수는 없는 대신, 늦출 수는 있죠. 인간과 인공지능이 좀 더 오랜 시간 공존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하는 식으로요. 인공지능은 결정을 내리는 대신, AB 중에서 A일 가능성을 퍼센트로 말해주거든요. 아직은 여러 판단을 종합해서 결정을 내릴 사람이 필요해요.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자, 도태되고 말 것인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대신, 인간을 보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해요. 그러려면 멍하니 인공지능의 발전을 수동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개입해야 하죠. 도태된다기보다는 알고 당하느냐, 모르고 당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도 몇몇 대기업은 의사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해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사태가 두렵다면, 시스템 창출에 관심을 두고 영향을 행사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설령 개인의 노력이 티가 나지 않더라도 그 방향과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1.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저

김명남 역

김영사

2007. 1. 7.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특이점이라고 정의해요. 지금까지 인간은 지구의 최우종(最優種)으로 살아왔죠. 어쩌면 인공지능은 최초로 인간의 자리를 뺏는 존재가 될지도 몰라요. 인간이 스스로 만든 존재에 의해 정복당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라니,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분명 특이점이 오기 전에 사람이 하던 수많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황금기가 있을 거예요. 인간의 삶의 질도 올라가고, 일의 정확도도 높아지는 그 모습이 바로 제가 추구하는 세상이죠. 저는 거기서 끝나길 바라며 연구를 하는 건데, 인공지능끼리 서로 연결이 되면서 스스로 판단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때부터는 상상할 수가 없어요. 이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해요. 과학적인 책인데 철학적 물음을 안겨주기도 하거든요.

 

2. 뇌과학자들

샘 킨 저

이충호 역

해나무

2016. 7. 7.

 

처음에 뇌과학은 경험적으로 발전했어요. 머리 어느 부분을 다쳤더니 어떻게 되더라, 하는 식의 단순하고 실험적인 사고에 의해서요. 옛날 과학사는 참 재미있어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들이 우연 또는 필연에 의해 밝혀진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학술적인 책인데도 상식선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지요. 그러면서도 체계적이거든요.

 

 

 

 

3.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

을유문화사

2010. 8. 10.

 

사실 이 책은 이미 많은 사람이 읽었을 것이고, 이제는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이죠. 하지만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싸우고 토론한다 생각하고 읽으면 색다른 경험을 할 거라는 걸요. 예를 들어 진화론, 창조론, 이렇게 두 관점에서 한 번씩 읽으면 완전히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어요. 사실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에서 옳은 말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어떤 부분에 동의하고, 어떤 부분을 이해할 수 없는지 스스로 생각해가며 읽어야 해요. 비단 이 책뿐 아니라,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책들은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정말 치열하게 읽어야 하죠.

 

 

4. 의료 인공지능

최윤섭 저

클라우드나인

2018. 6. 25.

 

 

작년에 출간됐어요. 지금까지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훑어주는 책이에요. 제가 꿈꾸는 모습은 사람의 80% 말고 일의 80%가 대체되는 세상이에요. 사람이 적은 일만 하고도 똑같은 성과를 낼 수 있게요. 그러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요. 일이 줄어들면 사람을 해고한다는 인식부터 없어져야 하죠. 일이 줄어들면 일을 나누면 되는 거예요.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인공지능과 인간이 오래도록 공존하는 길이에요.

 

 

 

 

5. 배드 블러드: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저

박아린 역

와이즈베리

2019. 4. 1.

 

테라로스라는 기업이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엄청나게 다양한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고 사기를 쳤어요. 엽기적인 이야기예요. 사람들은 정말 쉽게 속아요. 고통 없이 모든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에 엄청난 돈을 낸 거죠. 그만큼 아직도 혁신에 목말라 있다는 뜻이겠죠? 이 책은 정직한발전을 꿈꿔야 한다는 점에서 골라봤어요. 의료계와 과학계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자만하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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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bosa_zzang 2019-12-07 18:49:50
교수님이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또한 세상에 무의미한 책은 없다라는 말이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장현종 교수님이 추천한 책들도 정말 기대가 됩니당~^^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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