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
  • 전영재 기자
  • 승인 2020.01.04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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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과 갈등의 2019년을 되돌아보며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공명지조(共命之鳥)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지난 15일 교수신문은 사자성어를 발표하며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사자성어 선정 제안 이유를 밝혔다. 또한, 사자성어를 처음 제안한 최재목 교수는 내가 공명조 전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분열된 우리 사회가 부디 대승적 일심(一心)의 큰 한 몸을 함께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공명지조(共命之鳥), 줄여서 공명조는 직역하면 목숨을 함께 유지하는 새이다. 이 사자성어에 얽힌 이야기는 불교 경전에서 찾을 수 있다. 공명조의 두 머리는 한 몸에서 함께 살았는데, 머리 두 개는 밤낮으로 교대로 잔다. 어느 날 한 머리가 다른 머리가 자는 동안 맛있는 과일을 혼자 먹는다. 이는 두 머리의 시기와 질투로 이어졌고, 한 머리가 다른 머리에 복수하기 위해 독이 든 과일을 먹는다. 결국 독은 온몸에 퍼지고 둘 다 죽게 된다.

 

한 몸에 두 개의 생각, 두 개의 마음이 있는 공명조에서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국갤럽의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집단갈등에 관한 질문에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1.8%로 가장 높았다. 조국 사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패스트트랙, 민식이법을 거쳐 광장과 국회의 좌우는 극심한 갈등을 겪는 중이다.

 

갈등은 정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차별·비하 시정요구 상위 5개 사이트 현황를 보면 워마드*2018년부터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여성혐오, 남성혐오 문화가 남녀갈등으로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남녀 갈등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최근 유명 연예인 자살 사건에 대해 페미니스트가 죽였다/한남*이 죽였다라는 혐오 발언이 온라인을 퍼지기도 했다.

*워마드: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레디컬 페미니즘 사이트.

*한남 : 한국남자+충의 준말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속어.

 

이런 남녀 갈등 상황은 본교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본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심각한 갈등 상황을 보여줬다. 한남, 메갈*과 같은 혐오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타성별을 욕하는 글이 거의 매주 올라왔다. 여름방학에 성심 교지와 관련하여 편집위원들과 페미니즘 옹호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이버불링*이 발생한 적도 있다. 본교의 여성학강의를 듣는 학우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글 역시 자주 게시됐다.

*메갈 : 급진주의 페미니즘 성향 온라인 사이트 메갈리아의 준말로, 레디컬 페미니스트를 비하하는 속어.

*사이버불링 :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욕설, 험담 따위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

 

2019년은 공명조와 많이 닮았다. 하나의 사회, 하나의 집단에 두 개의 마음이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한쪽이 사라지기를 원한다. 흑백논리와 이분법 속 끝없는 갈등은 공명조 전설의 끝과 같은 방향을 향해 간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회적 동물이라 칭하지만, 끊임없이 한쪽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한쪽도 같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공명조는 본래 극락에 살며 두 머리가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고 전해진다. 2020년 대한민국과 본교 학생 사회가 공명조 전설처럼 화합과 상생의 노래를 부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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