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의 합창 교향곡
2019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의 합창 교향곡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0.01.09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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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교향곡 제9(L.v.Beethoven Symphony no 9, d minor, op. 125)은 보통 합창교향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이 곡은 리하르트 바그너나 프란츠 리스트 등의 후대 음악가들이 교향곡이라는 장르의 완성이라고 평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송년음악회나 12월 정기연주회에서 종종 연주되는 곡이다. 이처럼 연말에 주로 연주하는 관습은 19181차 대전 전후에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시작되어 일본에서 성행하였고, 이것이 국내에 정착되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第九(다이쿠)”라 불리는 교향곡 9번이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통칭하며, 연말에 꼭 연주하는 문화가 있다. 실제 201312월에 도쿄에서만 21회의 공연이 열렸다. 국내에서도, 예술의전당에서 124일 경기필하모닉을 시작으로 19, 20일에는 서울시향이, 27일에는 KBS교향악단이 공연했던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관현악단이 이 곡을 연주하였다.

 

베토벤은 교향곡을 작곡가의 역량과 개인적 사색을 담아 만드는 것으로 정립했다. 그의 교향곡 9번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먼저, 이전의 일반적인 교향곡과 비교하여 3, 4악장이 굉장히 비대해졌는데, 전곡 연주에 1시간이 넘을 정도이다. 둘째로, 곡의 편성에서 금관악기의 수가 늘어났고, 타악기도 팀파니 이외에 트라이앵글이나 심벌즈, 베이스 드럼이 추가되었다. 또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등 저음 현악기가 화음이 아닌 자신들이 멜로디를 주도하게 하였다. 그리고 합창교향곡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사람의 목소리가 추가되며 풍부하고 다채로운 음향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느린 악장이 2악장이 아닌 3악장에 그 대신에 스케르초를 2악장으로 배치하여 4악장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베토벤의 이러한 시도는 기법과 내용을 중시하는 고전주의에서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낭만주의로의 길을 제시했다. 그렇기에 樂聖(악성)”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은 변화무쌍한 표현력의 정점이라 평가받는다. 이 곡이 있기에, 비로소 낭만주의 시대가 도래하였으며, 후대의 많은 작곡가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적인 순서를 뒤집어, 강조한 4악장은 단연 곡의 클라이맥스이다. 관악기와 팀파니의 빠르고 격렬한 도입부로 시작하여, 선행 악장들의 주제를 차례대로 반복하는 와중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거부하듯 차례로 소멸한다. 마침내, ‘환희의 송가주제가 제시되자, 이에 두 악기가 호응하며 곡이 전개된다. 이후 점점 커지다가, 악장 초반의 격렬한 도입부가 반복된 후 합창이 시작된다. 합창은 많은 변주로 이어진 후 밝고 열광적으로 곡을 마무리한다.

 

특히, 4악장의 가사는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Schiller)의 시 환희의 송가(Ode an die Freude)’에서 따온 것으로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는 곳,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라는 가사처럼 인류의 평화와 박애, 자유, 화합을 노래한다. 이러한 주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을 때에도 통일과 자유를 강조하며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지휘로 서독, 동독,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단원들이 함께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며, 200057일에는 사이먼 래틀(Sir Simon Rattle)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나치의 강제수용소였던 마우타우젠 수용소에서 추모 공연으로 연주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합창 교향곡은 성별, 나이, 출신지 등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들로 계층화되어 서로 다투는 국내외의 현실을 지적하며,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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