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 기획 1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인권 사각지대, ‘성 소수자
[성 소수자 기획 1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인권 사각지대, ‘성 소수자
  • 김태은 기자
  • 승인 2020.01.22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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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이유로 떠밀려난 비운의 가수,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은 변화했는가

가수 양준일은 지난 25()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미국 국적을 가진 그는 “1991, 교포가 소수민족에 해당하던 시기에 데뷔해 갖가지 차별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으로부터 너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 싫다며 비자 연장을 거부당해 한국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가 활동한 지 약 30년이 지난 2019, 사람들은 요즘트렌드와 맞는다며 그의 의상과 음악에 환호한다. “늦게나마 국내에서 인정받아 영광이다라고 인터뷰하는 그를 보며 손석희 앵커는 오랜만에 행복해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기사는 차이를 인정받는 일이 위와 같이 기쁜 일이 아닌, 당연한 사회가 오기를 바라며 비롯됐다.

 

오늘날 그에게 환호하는 이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차별한 당시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와 다른 점을 가진 사람들을 존재하는 그대로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당대 양준일이 사람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고 차별받았듯,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취향의 문제로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성 소수자이다. 우리가 가진 취향, 혹은 개인이 가진 취향을 근거로 한 차별은 과연 타당할까. 사회 구성원을 차별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에, 비교적 보편적이지 않은 취향을 가져 사회에서 외면받고 있는 성 소수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차별 금지조항 개악안 발의, 우리 사회 거울에 비친 성 소수자 혐오

지난해 1112,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5개 정당 소속 40명의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중 성 소수자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롭게 발의된 개정안 중 논란이 된 조항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대해 규정하는 제 23항이다. 위 조항에서는 기존에 포함되어 있던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 삭제하고 생물학적 성만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개인의 선택에 의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성 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퇴보”, “국민으로부터 헌법적 기본권인 평등권을 박탈하는 모순된 국회라며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일원들이 상처받는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아야 한다. 또한 그들을 올바르게 존중하려면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위 개정안에서 언급된 성적 지향성 정체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다양한 성적 지향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이란 한 개인이 감정적, 성적으로 끌리는 성적 기호를 일컫는다. 성적 지향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성장과 자율적 탐색을 통해 변화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가장 보편적인 이성애, 헤테로섹슈얼(Heterosexuality)을 비롯해 다채로운 성적 지향이 존재한다.

 

대다수가 성 소수자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남성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성, 게이(gay)와 여성에게 끌림을 느끼는 여성, 레즈비언(lesbian)만을 꼽는다. 그러나 이외에도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끌림을 느끼는 양성애(바이섹슈얼리티 Bisexuality) 성별과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끌림을 느끼며, ‘젠더 블라인드라고도 불리는 범성애(팬섹슈얼리티 Pansexuality) 어떠한 성별에도 사랑을 느끼지 않는 무성애(에이섹슈얼리티 Asexuality) 여러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는 다성애(폴리섹슈얼리티 Polysexuality) 여성 혹은 여성성에 끌림을 느끼는 여성애(진섹슈얼 Gynsexual) 남성 또는 남성성에 끌림을 느끼는 남성애(안드로섹슈얼 Androsexual) 등 다양한 성적 지향이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성 정체성에는 무엇이 있을까. 성 주체성이라고도 불리는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은 자신의 젠더에 대한 자아의식을 뜻한다.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은 보편적으로 일치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성 정체성에는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시스젠더(Cisgender) 생물학적 성과 정신적 성이 반대인 트랜스젠더(Transgender) 여성도, 남성도 아닌 무성별의 에이젠더(Agender) 여성, 남성 두 가지 젠더를 각각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바이젠더(Bigender) 여성과 남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벗어난 논 바이너리(Non-binary) 앞서 언급한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벗어나 여성과 남성 사이의 특질을 가지는 인터젠더(Intergender) 등 넓은 젠더 스펙트럼이 있다.

 

특히 제3성별로도 불리는 바이젠더는 사회에서 이를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주의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학교 서류 등에서 제3의 성이 공식성별로 인정되며, 성 소수자들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점차 조성되는 중이다.

 

성 소수자 차별의 근본적 원인은 공교육 커리큘럼의 문제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쉽사리 자신의 성적 지향을 외부에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인교육대학교 김지은(특수교육·3) 학생은 대한민국 초등 교과과정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면서 성 소수자 노출 교육의 결핍을 주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학생들은 다양성에 대한 수용력이 떨어지고, 다수의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이 성 소수자들을 음지로 몰아낸다며 교육과정 내에 성 소수자 언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우리는 유달리 성 소수자에 대해 다룰 때 더 조심스러워지고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토론과 토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 대학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한 학생은 현재 초등 성 평등 연구회와 인권교육을 위한 샘이라는 교사모임단체가 존재한다. 또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2017년 성 소수자 교육 결의문을 채택하고, 전교조 여성위원회에서 퀴어 퍼레이드에 부스를 내는 등 성 소수자 관련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작게나마 진행되고 있다면서 변화의 움직임을 설명했다. 더불어 학생들이 성 소수자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며 교육과정 내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미국처럼, 오늘날 성 소수자에 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편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찬반 토론 등이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반인권적 움직임으로 인해 그들은 양지로 나오려는 발걸음을 주저하게 된다. 취향은 취향일 뿐이다. 보편적이지 않은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한 개인이 사회적 약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모두가 외면하던 인권 사각지대에 관심이라는 빛을 비추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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