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권리를 찾아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서
  • 최현희 수습기자
  • 승인 2010.08.16 17:04
  • 호수 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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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6월2일 지방선거가 실시된 날 서울 농학교 앞에 걸린 ‘기호 0번 청소년 당선사례 발표’라는 현수막이 시선
을 끌었다. 고양이 가면을 한 무리들이 “어른들의 정치는‘빠염’.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권을 보장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그들은 당선사례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청소년은 교육의 주인이고 기호0번 청소년 후보는 다시 한 번 확인 차 출마한 것이기에 이미 당선돼 있다’는 야무진 주장이었다.

  기호 0번 교육감 운동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 네트워크, 문화연대, 교육공동체 나다, 개인 인권활동가 등이 모여서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획한 운동이다. 무엇 때문에 청소년들은 직접 교육감 후보로 나선 것일까. 따이루(18)는“교육주체 당사자는 청소년인데 사실상 선거는 청소
년 연령이 못하지 않는가. 뽑는 일에 참여하지 못하다 보니 운동을 하게 됐다. 청소년은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좁다. 따라서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아수나로 활동가 거북이(18)는
“교육감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데도 불구하고 청소년이 뽑지 못하므로 정치적 권리를 내세우기 위해서 운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청소년들은 사회운동을 참여하게 된 계기 또한 다양하다. 아수나로 활동가 정필재(15)는“학년이 올라가면서 핸드폰 사용금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분노가 커졌었다. 그러던 중 웹서핑을 하다가 아수나로를 알게 되어 들어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청소년들은 대개 학교생활과 일상 속에서 부당하다고 느낀 것들로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동을 지속해 온 아수나로 활동가 공현(23)은 2005년 고등학생 때, 촛불집회에 참여하다가 아수나로에 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며 "학교에서 학생들과 두발자유와, 휴대전화압수, 0교시 같은 문제들에 대해 서명운동을 하고 학내시위를 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운동으로 실제로 변화한 학교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거북이(18)는“새로운 활동을 하고 관계를 맺어가면서 생각이 확장되고, 억압된 권리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사건을 볼 때 단면적으로 보는게 아니라 여러 가지 시각으로 보게 된다.” 라며 뿌듯해 했다.
  인권교육센터 배경내 상임활동가는 “긴 인권의 역사를 봐도 누군가에게 부탁해 권리를 획득한 적이 없다. 따라서 기호0번은 청소년들이 어른들한테 부탁하기보다 스스로가 직접 논란과 충격에 맞서야 함을 정확
히 보여주는 등장이다.”라고 운동에 대해 평했다. 또한 “이들이 기존 단체들과 교사들의 마음을 얻어 실질적 성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번 운동을 평했다.
  취재 내내 가슴에 신념을 품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대학생으로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주위를 둘러보면 권리를 지켜야함을 알고도 행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이에 비해 옳다고 생각하면 바로 실천할 줄 아는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비록 기호 0번 교육감 운동은 아주 작은 것에 지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어른 교육감이 보는 현실적인 안목과 청소년들이 바라는 바의 간격을 줄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여 언젠가는 청소년의 권리가 공공연하게
보장되는 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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