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논란’ 서로 다른 주장에 곪아가는 가요계
‘음원 사재기 논란’ 서로 다른 주장에 곪아가는 가요계
  • 김형렬 기자
  • 승인 2020.02.02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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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 장덕철의 그날처럼이 멜론 등 다수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EXID위아래와 윤종신의 좋니를 이어 다시 한번 역주행에 성공한 노래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후 닐로의 지나오다’, 숀의 ‘Way Back Home’ 등 무명이었던 가수가 단 하나의 노래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연달아 차지하자 이에 의혹이 제기됐다. 많은 네티즌은 음원 사재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2019년 여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중적인 가수나 대형 팬덤을 가진 아이돌도 진입하기 힘들다는 멜론 TOP10이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한 가수의 노래로 가득 차 있었다. 무명가수였던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또한 음원 강자인 M.C.the max와 청하를 꺾고 멜론 차트 1위를 달성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음원 차트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쌓여갔다. 결국 가수 박경은 자신의 SNS에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인물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출처_조선일보/박경 트위터)
(출처_조선일보/박경 트위터)

이는 가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의혹만 제기되던 음원 사재기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에 아이유, 볼빨간사춘기, 딘딘 등 여러 가수는 음원 사재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개인 SNS에 올렸다. 이와 반대로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은 어떻게 다를까.

 

의심될 만한 정황 많아... 사재기 없이는 불가능

어떤 가수든 음원차트에 진입하기 위해선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 대형 팬덤, 높은 인지도, 사전 홍보 등 많은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 만약 무명가수가 어떠한 근거도 없이 음원차트에 진입하게 된다면 대중들은 정황상 사재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의 음원차트 그래프가 새벽 시간대에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그래프는 대형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과 유사하다. 팬덤은 새벽 시간대에 응원하는 가수의 노래를 차트에 올리기 위해 일명 스밍 총공*를 하는데, 아이돌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팬덤을 보유한 무명 가수들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스트리밍 총공세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는 점이다.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의 힘으로 볼 수도 있지만, ‘페이스북에서 유명해졌다고 대중적인 가수나 대형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을 이기고 갑작스레 인기차트에 들어서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한편에는 이런 바이럴 마케팅을 명분 삼아 음원 사재기 의혹을 교묘하게 피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수 김간지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사재기 브로커가 직접 찾아와 순위 조작을 해주겠다고 말했다페이스북 페이지에 신곡을 노출하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순위가 오른 것처럼 보이게 꾸미자고 했다라고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전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새로운 마케팅

 

음원사재기가 실존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타이거 JK, 말보가 실제로 브로커에게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타이거 JK사재기 제안은 오래 전부터 받아왔기에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가격이 1억 정도 됐었다고 밝혔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브로커는 차트 30위가 목표이며, 수익을 73으로 나눠서 7을 우리에게 준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말보는 별다른 문제 없이 차트 순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로 해야 한다더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소, 이별과 관련된 가사여야 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수들에게 공공연하게 사재기 제의가 들어오고 있던 것이다. 말보가 제안 받은 발라드와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들의 특징이 비슷하단 점에서 의구심이 든다.

 

사재기가 아닌 바이럴 마케팅의 힘으로 성공한 것

음원 사재기 의심을 받는 가수들은 자신들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다. 많은 돈이 들고, 위험부담이 큰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닌 뉴미디어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당당하게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가수 바이브와 벤의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음원사재기 의혹을 반박하는 설명회에서 사실관계 해명에 나섰다. 메이저나인은 음원성적의 회계자료를 공개했다. 회계자료를 발표한 김상하 부사장은 우디와 벤이 한 달간 음원차트에 머물면서 얻은 수익이 2억 내외다라고 전하며 많은 비용이 드는 사재기에 비해 얻는 수익이 크지 않아 오히려 손해를 본다라고 해명했다. 메이저나인 측은 음원사재기 비용이 통상적으로 적게는 2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까지 든다고 밝혔다.

 

이들이 강조하는 바이럴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바이럴 마케팅은 주로 18~24세 등 음악을 주로 소비하고 유행에 민감한 연령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페이스북에서 유명세를 타고 나면 일반인들이 노래방에서 부른 영상이나 음원 커버 영상이 올라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악을 음원 플랫폼과 연결시켜 차트에 안착시키고 서서히 차트를 끌어 올리는 작업을 진행한다. 많은 자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바이럴 마케팅에 드는 비용은 300만 원 정도로 저비용이다. 실패해도 부담이 작고 성공하면 대박인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메이저나인은 “20184월 이후 총 24곡을 발표했는데 성공한 곡은 8곡에 불과하다선택은 대중들의 몫이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케팅을 진행한 것 뿐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가요계는 2년 동안 이어진 음원 사재기 논란에 지쳐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음원사이트 또한 개인정보보호를 명목으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대중들의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 이젠 무명가수가 좋은 노래로 차트에 진입하게 되면 사재기 논란에서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히려 차트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진실만이 필요하다. 사법기관, 음원사이트, 기획사, 가수 모두가 긴밀하게 협조해 음원 사재기의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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