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무서운게 아니야
살이 무서운게 아니야
  • 신동은 기자
  • 승인 2010.08.16 17:09
  • 호수 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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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이책의 제목만 보면, 여자들은 한번쯤 관심을 가질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제목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사회생활을 하며 주위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쓰는 여자들이라면,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마른 여자들부터 뚱뚱한 여자들까지,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해 식욕이 생기는 것에 대해 자책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다이어트가 주요 화젯거리 중 하나로 등장한다.
  하지만『다이어트의 여왕』의 주인공은 좀 다르다. 주인공 연두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자신이 뚱뚱하다는 것에 대해‘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요리사는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음식의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80kg이 넘는 몸무게이지만 살이 쪘다는 사실 때문에 좌절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그녀가 남자친구에게 차인다. 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날씬해져서 복수해주라는 작가 친구의 말을 듣고 그 친구가 만든 프로그램인‘다이어트의 여왕’에 섭외된다.

  뚱뚱한 사람들을 선발을 통해 모아 놓는다. 몰래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놓고 점수를 매긴다. 살을 얼마나 많이 빼느냐 뿐만 아니라 군것질을 얼마나 하는지, 사람들과의 친목은 얼마나 다져져 있는지 등, 지금까지 살면서 길러졌던 그들의 습관은‘잘못된’것이라 치부하고 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여왕이 되고 나면 1억을 주기 때문에 모두들 잠자코 따른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그 프로그램에서 2등을 하면서, 연두는 어디를 가든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주목을 받는 만큼 살을 다시 찌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자신은 여전히‘다이어트의 여왕’의 후속편을 찍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요리사로서 가장 중요한 미각을 잃어버린다. 살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몇달 전은 벌써 잊혀진 지 오래다.
  ‘살이 찐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뻔한 말을 작가 백영옥은 책 한 권에 걸쳐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배경이나 내용이 지금의 한국 사회와 같다고 생각돼, 뼈저리게 공감한다. 이는 아직도 우리가 그 뻔한 명제를 사회적으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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