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무원이 사라진 이유
역무원이 사라진 이유
  • 임수진 기자
  • 승인 2009.08.26 14:44
  • 호수 1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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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는 학생이라면 최근 지하철역에 무인발권기와 교통카드충전기가 많아진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승차권 매표소’를 설치한다고 적어놓고 공사가 진행되었고 지난 1일(금) 부터는 역무원들이 사라지고 기계 몇 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공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강조하며 공무원 인원을 감축한다더니 이제 곳곳에서 그 결과를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또 매표 무인화를 돕기 위해 1회용 교통카드 승차권을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종이승차권 발매업무를 담당하던 역무인력을 안내 서비스, 부정승차 방지, 보안 등의 업무에 활용하겠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기업 민영화’정책을 제시했지만,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애초에 정한 대로 강하게 추진하지 못했다. 이후 ‘공공기업 선진화’로 바뀐 이 정책은 ‘선진화’의 이름을 빌려 공공기업의 노동조합원을 2천 명 이상 해고하고 대졸 초임을 삭감하는 등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지난 4월 28일(화) 기획재정부에서는 2010년도 예산안이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침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공무원의 인건비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는 크게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이 존재한다. 민간 영역에 비해 대체로 공공 영역, 즉 국가가 관장하는 공기업의 영역이 좀 더 보수적이며, 변화의 가능성이 적다. 그래서 공기업의 운영 방침이나 국가의 시장 정책은 민간 영역의 기업에게도 운영 방침을 정하는 데 지표나 기준이 된다. 그것보다 국가 정책이 민간 영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공성의 이름으로 불합리한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을 민간 기업에서 이용하기 쉽다는 점 때문이다.
소위‘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현 정부도 노동시장만큼은 깊숙이 개입한다. 국가 주도 아래 자유롭게 노동 인원을 감축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는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 사회 구조적 요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어 있는 불변 자본, 즉 지대, 원자재 등을 통해서는 기업에 이윤을 남기기 힘들지만 가변 자본, 즉 인건비를 삭감하는 것이 이윤을 남기기에 가장 수월한 원천이다. 그래서 국가나 기업이나 경제난에 부딪힐 때는 노동자부터‘정리’하는데 앞장서게 된다. 국가에서 먼저 시행한 정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공공성과 정당성을 부여받고 기업이 이것을 자연스레 답습하게 된다.
모르고 있던 바는 아니지만, 노골적으로 친 기업적인 정부의 행태를 언제까지나 수용할 수는 없다. 1789년 혁명을 통해 자유를 쥐게 된 건 부르주아였고,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도입은 현재의 기업들에게 자유 독점권을 주었다. 기업에는 갖은 세금을 삭감해주며 ‘자유’를 외치지만 노동 시장에는 깊숙이 개입해 임금을 삭감하고 일하는 사람을 착취하는 구조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상황에 비교해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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