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 술집 탐방
역곡 술집 탐방
  • 서지영 기자 정리
  • 승인 2010.08.16 17:28
  • 호수 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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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곡역 주위, 정말 술 먹을 데가 없다’ 학교에 다니는 이들이 술 마시고 싶을 적마다 하는 푸념이다. 번화가의 학교들은 주위의 술집이 워낙 많아 선택하기 어렵다는데, 역곡역 주위는 워낙 술집이 적어 신입생 환영회 철이 되면 술집들이 미어터진다. 그러나 밤 10시에서 12시 사이가 되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술에 한껏 취한 본교 학생들이 짝을 지어 역곡역으로 쏟아져 나온다. 혹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역곡역 주위의 술집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넉넉한 안주로 이밤을’
소규모의 사람들과 조촐하게 이야기하며 술을 먹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다음날은 공강이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술로 밤을 지새우고 싶을 때 제격인 곳이다. 바로 ‘오뎅면 구우리’라는 술집이다. 역곡역 남부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리자마자 맥도날드 옆 파리바게트 건물의 통로로 들어가면 있는 곳이다. 워낙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테이블이 5개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이 좀 붐빈다. 전체적으로 일본식 선술집처럼 디자인되어 있고 90년대 가수들의 노래가 낮게 흘러나오고 있어, 학생들보다는 오히려 회사원들이 퇴근 후 짝을 지어 술을 먹을 것 같다. 여기에서 제일 추천하는 메뉴는 모듬 오뎅탕(13000원)인데, 처음 가격을 보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켜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장마차에 있는 사각형의 오뎅냄비를 축소한 냄비에는, 10~15개의 꼬치가 있고 위에는 유부가 국물이 안보일 정도로 덮혀있다. 술을 먹으면서 바로 해장이 되는 것 같은 시원한 국물이 매력적이다. 냄비의칸을 뒤져보면 꼬치뿐만 아니라 우동면도 나와 배고픈 사람에게도 제격이다. 꼬치가 모자라다 싶으면 따로 시킬 수는 있지만 700원~2500원까지 약간 가격 부담이 있으므로 추천하지는 않겠다. 국물이 부족하다 싶으면 우동면, 유부와 함께 무한으로 리필해주시는 아주머니의 인심도 단골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일 것이다.

‘돈이 생긴 날’
‘사바사바’가 보이는 큰 길에서 역곡역 쪽으로 쭉 내려가다가 교촌치킨 매장 바로 옆을 보면 음식점 겸 주점‘육회마차’가 보인다. 상호만 보고 왠지‘비쌀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 학교에서 가까운데도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상호대로 이곳의 주 메뉴는 육회(15000원)인데, 같은 종류의 메뉴들을 파는 다른 음식점보다 싼 편이다. 가격에 비해 이곳의 육회는 맛있는 편인데, 비린내도 나지 않고 입에서 살살 녹아서 저절로 젓가락이 간다. 또한 술안주로 할 만한 것들도 7000원~15000원 정도로 다른 술집과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2층에는 다락방처럼 된 테이블이 있어 단체로 술판을 벌이기에 제격이라는 느낌이다. 다른 술집보다 조금 밝긴 하지만 어슴푸레한 조명으로 인해 술을 먹고 얼굴색이 변해도 티가 나지 않으니 단체로 갔을 때 무리하게 많이 먹을 수도 있다. 2층의 제일 큰 테이블과 다른 테이블 위의 천장 높이가 달라 낮은 곳은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면’
역곡에서 학교 쪽으로 큰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우리은행옆, 초록색 양고기전문점이 번쩍거리는 곳 바로 옆에 어두운 간판이 하나 있다. 바로‘벙커’인데, 학교 주위에서는 보기드문 바 분위기의 술집이다. 가게 안을 들어가면 어두우면서도 분위기 있는 조명이 비춰지고 중앙에는 사람들이 뺑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이 술집은 적은 수의 사람들이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크고 작은 경기가 열릴 때 화면을 통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병맥주를 파는 이곳은 특성상 일반
술집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싸 동반자가 많을 때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동반자가 나가떨어진 후 살아남은 자들이 2차나 3차로 가볍게 가는 곳이다. 따라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 이지만 신입생들은 선배들이 마음먹고 데려가지 않는 이상 모르는 곳이다. 독특한 점은 이 술집은 안주 반입을 장려한다. 먹고 싶은 안주를 사서 들어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물론 이집에서 안주를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장님 안주는 사장님‘마음대로’라는 것. 안주 가격도 때에 따라 다르다. (메뉴판에 적혀있는 사항) 그렇다고 안주가 시원찮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본 안주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릇에 가득담긴 과자와 김, 오징어포, 커피맛 땅콩 등 안주를 따로 가져가지 않아도 기본안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사장님 인심에 안주를 더 주시기도 한다. 술은 자유롭게 골라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면 된다. 조용히 친구와 인생 상담을 하고 싶은 사람,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좋은 장소이다. 단, 술을 많이 마시고 싶은 사람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본 후에 가시길 바란다. 분위기에 취해 돈을 많이 쓰게 될지도 모른다.

‘비오는 날, 뭔가 아쉽다면’
비오는 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는 뭔가 아쉬워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술모임이 급결성되어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있다면? 질퍽질퍽한 땅을 감수하며 헤매지 말자.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옛날빈대떡’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여느 술집과는 다르게 조리실이 문 바로 앞에 위치해 들어가자마자 조리하는 모습이 보이고, 가게 안은 벽 위에 흙이 칠해져있어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가게가 조금 아담해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가 약간 좁다. 때문에 항상 적당히 시끄러운곳이다. 이곳의 주 메뉴는 파전, 빈대떡, 묵, 두부김치 등. 대
체로 상당히 한국적인 메뉴들을 볼 수 있다. 가격은 칠천원~팔천원으로 학생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세명 이상 모였을 때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옛날빈대떡이다. 이곳에서 파는 파전과 빈대떡은 기름에 쩔어 있지 않고 담백한 편인데, 옛날빈대떡은 딱히 다른 재료가 추가되지 않고 빈대떡 그대로의 맛이라 깔끔하다. 그래도 느끼해할 손님을 생각하는 주인장의 반찬 선택이 센스 있다. 또한
양도 피자 레귤러사이즈정도 되는 크기라 3~4명이 술과 함께 먹기에는 적당하다. 간장양파절임과 함께 김치 빈대떡을 먹으면 정말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질 것이다.

‘돈은 없고, 술은 고프고’
술집에 가기에는 돈이 부족하고, 하지만 술은 먹고 싶을 때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싸게 술을 먹고 싶다거나, 밖에서 안주만 사와서 학교에서 먹고 싶다면 역곡 북부시장을 추천한다. 역곡 북부시장은 우리가 자주 가지 않는 개척지 같은 장소이다. 역곡 북부시장은 역곡 북부역에서 오른쪽으로 1분 정도 걸어가면 있다. 그야말로‘시장’의 인심이 물씬 묻어나는 곳이다. 역곡 북부시장에 들어서면 떡볶이나 순대, 튀김 등을 파는 분식집‘신당동떡볶이’가 보인다. 이곳은 시장의 인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순대 2000원어치를 사
면 남자 2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또 이집에서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나타나는‘종갓집떡갈비’는 본교 학생들에게도 소문이 날 만큼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시장의 첫 번째 골목에서 왼 쪽으로 꺾고 오른 편에 위치한‘좋은날 오후’라는 순대국집이 있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안주는 술국(7000원)인데, 송석환(사회학∙휴학)학생은 “이곳의 사장님이 앞집 아저씨같이 푸근하시고 친절하시다. 술국을 시키면 사장님이 서비스를 많이 주신다”라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는 사장님의 배려가 보인다고 한다. 또 시장 안이기 때문에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역곡 주민들도 많이 와서, 들어서면 시끌벅적 할 때가 많다. 좀 더 유니크한 것을 원한다면 역곡 북부시장 중간쯤에 위치한 정육점을 추천한다. 곱창집에서나 육회집에서 가끔씩 맛볼 수 있는 소의 생간을 싸게 판다. 또 역곡 북부시장을 걸어가다 보면 곱창볶음집이 많은데 이집들 역시 추천하는 편이다.


<정리 : 신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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