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그렌상 수상 '구름빵' 백희나 작가, 권리 위한 소송은 계속 이어갈 것
린드그렌상 수상 '구름빵' 백희나 작가, 권리 위한 소송은 계속 이어갈 것
  • 윤선주 기자
  • 승인 2020.04.16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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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공식 유튜브 캡쳐)

지난달 31, 창작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ALMA)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아동문학상이다. 올해는 67개국 240명의 후보가 있었고, 한국인 최초 수상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Anna Emilia Lindgren, 1907~2002)은 스웨덴의 동화작가로, 대표작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100권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백희나 작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수제 미니어처 인물과 소품, 세트를 제작하고 조명을 이용해 입체감을 더한 이미지를 찍어 스토리에 맞게 구성하는 형식이다. 그녀는 교육공학 및 애니메이션 전공을 살려 마치 영화 연출을 하듯이 그림책의 장면을 만들어왔다. 백희나 작가의 수상 소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린드그렌 생가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발표되었다.* 심사위원은 조그마한 미니어처로 구름빵과 달 샤베트, 동물들과 목욕탕 요정,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그림책은 감각적이고, 현기증이 날 만큼 날카로우며,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더불어 표현법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영화화된 그림책(filmic picture books)'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공식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atiGjVLNEGU

 

특히 찬사를 받았던 작품 중 하나인 <구름빵>은 백희나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약 45만 부가 팔렸고, 여러 국가에 수출되어 어린이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여러모로 인정받은 백희나 작가이지만, 그녀는 현재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계약 당시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모든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라는 내용이 있어 정작 작가에게 돌아간 수익은 1850만 원 정도였기 때문이다.

 

지난 1, 백희나 작가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출판사와의 소송에 대해 당시 저는 신인으로 일하면서 출판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잘못 보이면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못 붙인다는 얘기도 있어서 노력했다. 계약 수정을 이야기하니 신인이라 분위기 파악 못 한다’, ‘뭘 모른다고 하더라. 오로지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얘기해주겠지하고 있었는데 그 계약이 저를 15년 동안 괴롭히리라곤 생각 못 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백희나 작가는 1심과 2심 모두 패소한 상황이다. 또 책의 저작권과 별도로 동화 속 인물에 대한 캐릭터 저작권도 인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작가, 특히 신인 작가는 불공정 계약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꽤 있다. 비슷한 사례로 국내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은 수상 작품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수상의 담보로 작품의 저작권이 출판사에 묶이는 것이다. 백희나 작가는 작가와 기업의 소송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싸움밖에 안 되겠지만, 내가 질 때 지더라도 소리는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신인 작가들과 후배들이 이런 걸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더라도 끝까지 해야겠다싶다며 저작권 소송은 끝까지 할 것이라 밝혔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종사자들에게 창작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스웨덴 문화부 장관 아만다 린드는 축사를 통해 문학은 집에서 세상을 탐험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위안을 받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노고와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문학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려하는 것과 같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의 의의와 그에 맞는 대우는 현재까지도 저작권 독점과 불공정 계약이 일어나는 우리나라 출판계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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