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송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코로나가 바꾼 성당의 풍경
대송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코로나가 바꾼 성당의 풍경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0.05.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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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가 사회 각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종교계, 특히 천주교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가 중단되어 신자들이 대송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송이란 신자들이 교회법상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을 때, 이를 대신하여 바치는 기도를 의미한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지난 2개월간 교회력 상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교단의 대처를 알아보자.

 

사태 초기

사태 초기에는 성수대* 폐쇄 등, 2009년 신종플루 유행이나 2015년 메르스(MERS) 유행 때와 유사한 방역 대책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218일 이후 대구 경북 지역의 신천지 신도들과 그 접촉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염이 발생하며, 219일 대구대교구가 전면 미사 중단 지침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전국 모든 교구가 미사를 중단하고 신자들에게 대송으로 주일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하라 권하고 있다. 이는 1886년 천주교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성수대: 성수반이라고도 불리며, 성당의 현관이나 내부의 입구에 설치된 성수를 담는 그릇

 

사순절, 그리고 재의 수요일

사순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준비하기 위하여 부활절 당일을 포함하여 7번의 일요일을 제외하고 역으로 계산한 40일간 통회*와 보속** 그리고 희생을 기리는 기간이다. 마태오 복음서 41~11절에 언급되는 광야의 유혹일화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고행을 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통회(痛悔): 자기가 지은 죄를 마음 아프게 뉘우치며 행실을 고쳐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작정함

**보속(補贖): 지은 죄에 대하여 그 대가(對價)를 치르는 것.

 

226일은 사순 시기의 첫날인 재의 수요일이었다. ‘재의 수요일은 교회에서 지난해 성지 주일에 축성한 성지*를 태운 후 사제가 그 재를 찍어 신자들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으며 얹는 예절을 행하는 등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또한, 가톨릭교회에서 1년 중 두 번 있는 금식재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이전에 미사 중단 지침을 발표한 대구대교구를 비롯한 11개 교구 외에 서울대교구와 마산교구도 이날 미사 중단 지침을 내리며 신자들이 집에서 재의 수요일을 보내도록 하였다.

*성지(聖枝): 종려나무 가지를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 시, 백성들이 승리와 존경의 표시로 흔들며 환영하였음. 최후의 승리를 의미함.

 

성주간과 성삼일

부활절 직전의 1주일을 성주간이라고 한다. 특히, 부활절 1주일 전의 일요일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라고 한다.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것을 기리는 날이다. 원래 이날 교회에서 성지를 나눠주고, 이를 집에 걸어두었다가 다음 해 재의 수요일에 태워서 재로 만든다.

 

성주간의 목요일 행사는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오전에는 주교좌 성당에서 성유 축성을 위한 미사가 교구 사제들과의 공동집전으로 주교에 의해 거행된다.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쓰이는 크리스마 성유가 이때 축성된다. 오후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이때부터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된다. 저녁 미사 때 본당별로 사제가 신자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례'(洗足禮)가 거행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일(요한복음 131~17)을 기념하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사제들만이 모여서 거행된 성유 축성 미사와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가 중계되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성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주님 만찬 성목요일은 성체성사를 제정하는 것을 기념한다. 그리고 주님 수난 성 금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은 재의 수요일과 함께 가톨릭에서 금육재와 금식재가 있는 날이다. 이날에는 미사 대신에 주님 수난 예식이 거행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까지 이동한 것을 기억하며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 이 또한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서 사제들이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것을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중계하였다.

 

한편 성 토요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무덤에 계심을 기억하는 날이다. 이날 낮에는 미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밤이 되면 파스카 성야 미사를 거행한다. 이때, 새로 마련된 부활초에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A'(알파)와 마지막 글자인 'Ω'(오메가), 그리고 연도를 표시하고 성당 밖에서 새 불을 축성한 것으로 불을 켠다. 이후 성세수를 축성한 후 성세식이 거행된다. 만약 성세식이 없다면 간단한 성수 축성과 함께, 집전 사제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신자들은 성세 서약을 갱신한다. 만약, 주교가 참석했다면 성인 영세자들이 견진성사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성세 서약의 갱신이나 견진성사 없이 명동대성당에서 치러진 미사를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중계하였다.

 

성토요일 다음 날은 바로 예수 부활 대축일이다. 흔히들 부활절이라고 부르는 날이다.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를 기념하여 새 옷을 입고 부활 달걀을 주고받았으며, 양고기, 부활 토끼, 부활 과자, 부활 햄 등을 먹기도 한다. 이러한 풍습은 기독교 전례 이전의 유럽의 전통 다신교 봄 축제를 흡수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는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이 치른 미사뿐만 아니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이루어진 미사도 생중계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중계된 부활절 미사
△코로나19로 인해 생중계된 부활절 미사

부활절 그 이후

부활절을 포함하여 이후 8일간 부활 팔일 축제가 이어진다. 팔일 축제는 축일이 지나고 나서도 그 분위기가 이어지는 8일을 의미한다. 부활절 이외에 성탄 대축일 이후에도 팔일 축제를 지낸다. 또한, 팔일 축제 때에는 미사 중 복음 환호송 이전에 부속가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부활절 뒤로 40일째 되는 날을 주님 승천 대축일이라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여 하늘에 오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또한, 부활절 49일 후의 일요일은 성령 강림 대축일로 사도들에게 성령이 강림하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이 완성된 것을 경축한 날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55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부활 팔일 축제 기간에도 미사 중지가 계속되었다. 이에 신자들은 집에서 방송 미사와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하였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됨에 따라 주님 승천 대축일이나 성령 강림 대축일에는 미사를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섣불리 모임을 재개하다가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누구도 마음 놓고 숨 쉴 수 없는 때를 보내고 있다.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이 사태를 극복할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삶의 방식과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질병은 가장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생명부터 앗아간다. 그들은 열악한 삶의 조건 속에서 무방비하게 바이러스에 노출되어야만 했다, 인류애와 평등을 외치던 종교계뿐만 아니라 인류의 일원으로서 우리도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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